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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가 여는 이색 콩쿠르…노래 전 비전부터 묻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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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수미

조수미

‘왜 노래하나. 노래해서 바꾸고 싶은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소프라노 조수미(61·사진)가 전 세계의 젊은 성악가들에게 묻게 될 질문이다. 조수미는 “세상을 바꿀 마음이 있는 성악가들을 뽑는 대회를 열겠다”고 21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조수미 콩쿠르’는 몇 년 전부터 구체적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날짜는 내년 7월 15~21일. 프랑스 파리 근처의 고성인 샤토 드 라 페르테 엥보(Chateau de La Ferte-Imbault)에서 열린다. 그는 콩쿠르의 후원자가 가진 성을 대회의 장소로 골랐다. 중세시대에 지어져 1000년이 넘은 성이다. 조수미는 “오래되고 멋진 성에서 성악가들이 노래하는 장면은 내 소녀 시절부터의 꿈”이라며 “차가운 공연장에서 경쟁하는 것 말고 배경 자체가 문화적인 전통인 곳에서 노래하는 장면을 꿈꿨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점은 장소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노래 실력 자체로만 겨루는 대회가 아니다. “노래 잘하고 오페라 하우스에서 주역으로 서는 프리마돈나나 디보(남성 주역 테너)를 뽑지 않는다. 미션이 있어야 한다. ‘평화를 위해 노래하는 성악가’처럼 정체성이 잡혀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수미는 참가하는 모든 성악가를 인터뷰하겠다고 했다. 음악 콩쿠르는 보통 참가 지원과 함께 연주 영상을 보낸다. 심사위원들은 많게는 수백 명의 실력을 영상으로 판단해 참가자를 가려낸다. 조수미는 이 과정에 인터뷰를 더한다. 음악을 시작한 동기, 또 노래로 결국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한 명 한 명에게 묻게 된다. “노래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려는 의지와 믿음이 중요하다. 투철해야 한다.”

노래를 듣기도 전에 노래로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이유가 뭘까. 조수미는 “큰 그림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비전이 다르다”고 했다. 왜 노래하는지를 질문해서 뽑겠다는 이유다. “노래만 잘하려고 악에 받쳐 노래하는 사람에게는 악에 받친 노래가 나올 뿐이다.”

이렇게 뽑은 성악가에게 조수미는 뜨거운 후원을 베풀려고 한다. 함께 음반을 만들고, 공연 투어를 하고, 소속사와 계약을 돕는다. “콩쿠르 입상으로 반짝하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 도와주는 분들이 대거 나타나도록 진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콩쿠르에서 한국 성악가만 후원할 생각은 아니다. 무엇보다 심사위원장을 본인이 맡지 않아 공정성을 더하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한국 사람이 우승하면 기쁘겠지만, 재능 있는 사람은 국적을 불문하고 도와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수미는 다음 달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을 비롯해 4~9일 부산·광주·부천·강릉에서 지난해 결성 50주년을 맞은 베를린 필하모닉의 첼리스트 12명과 함께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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