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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속된 근로자위원 첫 '직권해촉'…노동계 "독립성 훼손" 반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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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근로자, 공익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근로자, 공익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구속된 김준영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직에서 직권으로 해촉하기로 했다.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1986년 이래 3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노동계는 “독립성 훼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 사무처장을 위원 해촉해달라고 제청했다고 21일 밝혔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직무태만, 품위손상이나 그 밖에 사유로 인해 위원으로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최저임금위 위원 해촉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김 사무처장이 불법시위 및 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흉기를 사용해 대항한 것은 노사법치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노총이 김 사무처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적부심이 최근 기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구속적부심은 구속영장 발부가 적절했는지 다시 판단해달라는 절차다. 이 관계자는 “법원에 의해 해촉 정당성이 명확해졌다고 판단했다”며 “전체 근로자를 대표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으로서의 품위를 심각히 훼손해 위원으로서의 품위를 심각히 훼손해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가 최저임금위 위원을 직권 해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최저임금위는 참여가 어려워진 김 사무처장의 자리를 어떻게 보완할지 논의해왔다. 고용부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한국노총에 현행법상 적합한 위원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고, 한국노총도 이에 응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노총 측은 김 사무처장과 함께 연행됐던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천했고, 정부는 ‘김 사무처장과 공동정범으로 수사받고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거부했다. 결국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정부는 최저임금 심의를 지연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직권해촉’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공식 입장을 통해 “김 사무처장이 법정구속상태인 점을 이용해 강제 해촉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최저임금위원회 내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직능단체를 대표해 참석하는 위원들을 마음대로 해촉하는 것은 정부의 월권이며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법질서 훼손 행위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위 전원회의는 계속 참석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한국노총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최저임금위 자체를 보이콧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김 사무처장 해촉 사유에 대해선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제7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22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 발표와 함께 김 사무처장 해촉 규탄 기자회견을 함께 열 예정이다.

최저임금위 법정 심의 기한은 오는 29일까지지만, 노정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안 도출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용부 측은 “법정 기한이 임박한 만큼 근로자위원 측에 새로운 위원 추천을 다시 요청했다”며 “서둘러 절차를 진행해 최저임금 심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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