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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중재 무산…푸틴 "우크라, 합의문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프리카 7개국 지도자로 구성된 아프리카평화사절단의 우크라이나 사태 중재가 수포로 돌아갔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사절단은 대화를 통한 전쟁 중단을 촉구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대화를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사절단에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철수한 뒤에만 협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아프리카평화사절 대표단과 회담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아프리카평화사절 대표단과 회담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남아공·세네갈·이집트·잠비아·우간다·콩고·코모로 등 7개국 지도자들을 만나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프리카를 비롯해 전 세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지금이 양 당사자가 엄청난 불안정과 피해를 초래하는 전쟁의 종식을 위해 협상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협상을 통한 평화 회복, 유엔 헌장에 부합하는 주권 존중, 아이들과 전쟁 포로의 상호 교환, 전쟁 피해자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중재안을 전달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사태 해결을 위한 아프리카의 어떤 제안도 고려할 준비가 돼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3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논의됐던 합의문 초안 문서도 공개했다.

그는 당시 합의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구 중립 및 안보 보장 관련 조항과 함께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서명도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합의문에 있는) 약속대로 키이우에서 철수했는데, 우크라이나는 늘 그랬듯이 이를 역사의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분명하게 그들이 (합의를) 포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아프리카평화사절단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조속한 종전을 위한 분쟁 완화와 즉각적인 협상을 촉구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도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철수한 뒤에만 협상이 가능하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아프리카평화사절단 대표로 온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아프리카평화사절단 대표로 온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 식량 위기 완화에 열쇠가 될 흑해 곡물 수출 연장도 어려울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사절단에게 “세계 식량 시장의 위기는 결코 이번 사태로 인해 생긴 것이 아니라 서방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시장의 모든 식품을 싹쓸이해서 생긴 것”이라면서 “흑해 곡물 협정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수출된 곡물 중 아프리카로 공급된 건 약 3%에 불과해 우크라이나 곡물 공급이 식량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담 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단언할 수는 없지만, 흑해 곡물 협정의 연장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 보인다”고 했다.

러시아의 핵위협도 되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 가능성과 관련해 “그럴 필요는 없지만, 러시아에 대한 위협이 발생할 경우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16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연설에서 그는 “이미 벨라루스에 (러시아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됐다”고 밝힌 후, 연말까지 핵무기 이전을 완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측의 러시아 본토 서부 접경지역 공격에 대해선 “우리의 강력한 대응을 유도하기 위한 도발”이라면서 “우리는 키이우 도심을 파괴할 수 있지만 여러 이유로 그러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한편 이날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점령한 동남부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지역 최소 4곳에서 반격하고 있고, 최대 2㎞ 진격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시작되면서 러시아군은 전차 부족이 한층 심각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AFP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17일 시베리아에 있는 군사 공장을 방문해 더 많은 전차 생산과 장갑차 보안 기능 개선을 촉구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의 손실도 만만치 않다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헬기 부대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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