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3’은 시각과 청각의 쾌감으로 승부하는 영화다. 광역수사대 형사 마석도(마동석)가 악당들에게 펀치를 날리는 장면은 통쾌하다. 그의 주먹이 내는 효과음은 상쾌하다. 그렇다면 이런 액션을 빼고 마석도란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다면 어떨까. 그는 왜 세 번째 등장에도 식상하지 않은 걸까.
① 마석도는 그저 나쁜 놈들 잡는 게 즐겁다. 거창한 직업의식 같은 것은? 없다. 다른 형사들은 실적 채우기에 급급할 때 그는 거리를 걷다가도 실적을 올린다. 출근길을 막고 시민에게 행패 부리는 놈들 잡고 보니 “서초동 칼부림 사건 주범”이다. 그가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해야겠다”고 말을 걸 때 표정이 그렇게 신나 보일 수가 없다.
② 그래서일까. 그는 ‘노빠꾸(no back)’, 무조건 직진이다. 주저하거나 머뭇거리지 않는다. 클럽 VIP룸에 “‘MVP룸’에 일행이 있다”고 들어가고, 야쿠자들이 득실거리는 현장에 뛰어들고, 머리를 써서 금고를 열려다 안 되면 힘으로 문짝을 뜯어버린다. 그는 “일하다 보면 사람 죽일 수도 있다”는 빌런에게 말한다. “넌 법대로 하면 안 되겠다. 진짜로 좀 맞아야겠다.”
③ 마석도에겐 또 하나 다른 게 있다. 절대 폼 잡지 않는다. 자신이 무슨 수퍼 히어로나 된 것처럼 유난을 떨지 않는다. 이 한 몸, 정의를 위해 바치겠노라 말하지 않는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한다. “갈비뼈 부러졌냐? 난 온몸이 아파.” 상황이 정리된 후에야 뒤늦게 뛰어오는 동료 형사들에게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맨날 늦게 와….”
마석도란 캐릭터는 유쾌하게 시대상을 반영한다. 제대로 한 판 붙지도 않으면서 빈말로 악악대는 시대. 행동보다 말의 속도감이 중시되는 시대. 해야 할 일 하면서 십자가 진 것마냥 온갖 폼을 잡는 시대. 마석도는 정확히 이 시대의 반대편에 서 있다. 그는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이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