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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싱하이밍 역풍에도…"평화 핵심축인 중러 관계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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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해 친일(親日) 프레임 공세를 펼쳐온 더불어민주당이 친중(親中) 프레임의 덫에 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만찬에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이 논란이 된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잇따른 중국 방문이 국민의힘의 주요 타깃이 됐기 때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보도에 따르면 비용을 중국에서 댄다는데, 이건 뇌물 외유가 아닐 수 없다”며 “중국 돈을 받아 나라를 팔아먹는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전날에도 중국을 방문한 의원들을 향해 “대한민국 정부의 국격과 국민의 자존심을 잘 지켜달라”고 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싱하이밍 뒤통수를 맞았다며 자기 무능을 고백한 민주당이 중국에서는 또 어떤 뒤를 맞고 돌아올지 한숨이 커질 뿐”이라고 했다

도종환·박정·김철민·유동수·민병덕·김병주·신현영 민주당 의원 등 7명은 이날 중국으로 출국했다. 박정 의원은 인천 출국장에서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은 부적절하지만, 대사 발언 한마디에 모든 외교적 교류가 끊겨서는 안 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더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일정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12일에는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 김태년·홍익표·고용진·홍기원·홍성국 의원이 베이징을 방문했다. ‘조공외교’라는 여당의 비판을 두고 홍익표 의원은 라디오에서 “외교를 정쟁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여당은 한중관계 국교 단절까지 생각하나”라고 반박했다.

싱하이밍 주중대사와의 만찬은 당내 갈등을 겪고 있는 이 대표 입장에선 나름의 반전 카드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싱 대사의 15분 연설로 인해 상처만 남게 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리스크를 극복하려다가 오히려 악수(惡手)를 뒀다”며 “의제 조율은 차치하고 그걸 생중계로 내보내는 건 말이 안됐다”고 말했다.

이날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한 조사(12~13일)에 따르면 ‘중국 대사가 야당 대표에게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발언을 한 데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66.4%가 ‘부적절하다’고 답변했다. 싱 대사의 발언에 이어 중국 당국자들이 의원단에 ‘하나의 중국’ 입장 재확인을 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국이 야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재선 의원)는 우려도 나온다.

베이징 공항 도착한 박정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베이징 공항 도착한 박정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도 이 대표는 15일 정부·여당을 향해 “편향적 진영외교로 한반도를 신냉전 한복판으로 밀어 넣어서는 안 된다”며 맞불을 놨다. 그는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3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서 “현 정권 집권 후 한반도 평화와 지역 안정의 핵심축인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행사를 마친 후 “싱 대사와의 만남 후 한중관계가 악화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침묵했다.

민주당은 여권의 맹비난 속에서도 기존 외교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중국을 방문하는데, 한중관계가 나빠질수록 우리만 고립된다”며 “야당이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건 이 정부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경제대책위는 입장문을 내고 “무능한 정부 대신 중국과의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야당의 노력을 여당은 내부 정치 선동에나 악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의구심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1일 1질문 브리핑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다음 주부터 매일 일정 시간에 언론·시민·전문가의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자리를 갖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17일 인천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를 위한 규탄대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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