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권혁재의 사람사진

남북 이산가족 찾기 방송 40주년/ 이지연 아나운서의 '못다한 숙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권혁재의 사람사진/이지연 아나운서

권혁재의 사람사진/이지연 아나운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40주년을 맞았다.
당시 진행자였던 이지연 아나운서를 만나 40주년 소회를 들었다.

“그땐 라디오 진행만 했었죠.
방송 카메라가 어딨는지도 모르면서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138일이 이렇게 시작된 거죠.
사람이 밀려드니 숫제 방송국에서 자야 했습니다.
4시에 방송 끝나고, 8시에 아침 정규방송을 할 정도였으니…
사실 앉아서 자려 해도 자는 둥 마는 등이었어요.
생방송은 끝나도 녹화분을 계속 틀어놓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시청률은 78%에 이를 정도였다.
이는 모든 세대, 모든 국민이 하나 되었다는 의미였다.
방송은 138일간 1만건 넘는 이산가족 상봉을 이뤄냈으며,
단일 주제 생방송으로 세계 최장 연속 시간 기록을 세웠고,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는 아직 미완성이라고 했다.

당시 '철의 여인'이라 불렸던 이지연 아나운서는 방송 중에 당신 또한 이산가족임을 밝히지 않았다. 혹여 방송 중 당신이 울게 될까 봐 염려스러웠던 게다. 이런 이유로 그는 방송 마지막 날에야 스스로 이산가족임을 밝혔다.

당시 '철의 여인'이라 불렸던 이지연 아나운서는 방송 중에 당신 또한 이산가족임을 밝히지 않았다. 혹여 방송 중 당신이 울게 될까 봐 염려스러웠던 게다. 이런 이유로 그는 방송 마지막 날에야 스스로 이산가족임을 밝혔다.

“방송 마지막 날, 저도 이산가족이라 밝히며 시청자한테 약속했어요.
‘여러분의 아픔을 알기에 마지막 한 분을 찾을 때까지 노력하겠다’고요.
지금도 제겐 이 일이 마음의 숙제죠.”

40년이 흘렀건만, 그에겐 여태 풀지 못한 숙제가 맺힌 게다.
그는 풀지 못한 숙제인 만큼 현황을 꿰고 있었다.

“이산가족 신청자 13만3676명인데 거의 다 고령이었죠.
현재 사망자가 9만1456명입니다.
한 달 평균 300~400명씩 세상을 떠나고 있고,
생존자 4만2000여 명은 73년째 생이별 중입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아나운서는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듯 무려 43년째 현역인 그는 이산가족 찾기 현황을 여태 속속들이 꿰고 있다. 이 이산가족 찾기가 그에겐 아직도 풀지 못한 매듭이기에....

이 아나운서는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듯 무려 43년째 현역인 그는 이산가족 찾기 현황을 여태 속속들이 꿰고 있다. 이 이산가족 찾기가 그에겐 아직도 풀지 못한 매듭이기에....

그는 당신 손으로 마무리하고픈 바람을 밝혔다.
43년째 프리랜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이지연 아나운서,
'이산가족 찾기'는 그에게 여태 매듭짓지 못한 숙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