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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관동대지진 때 유언비어로 조선인 학살”…일본 언론 이례적 보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관동대지진 후 시가지 모습.

관동대지진 후 시가지 모습.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일본 정부의 공식 보고서를 인용해 100년 전 간토(關東) 대지진 당시 유언비어로 조선인이 학살된 사실을 13일 보도했다. 보수 성향의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가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조선인 학살을 부정해 온 일본 정부나 정치인들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일본 사회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요미우리는 이날 ‘간토 대지진의 교훈(5): 유언비어·폭력 한꺼번에 확산’이란 제목의 1면 연재 기사에서 일본 정부 중앙방재회의가 2008년에 정리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보고서에는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우물에 독을 탔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들은 사람들이 각지에서 자경단을 결성해 일본도나 낫 등으로 무장하고 재일 조선인을 무작위로 심문하고, 묶고, 폭행을 가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또 “간토 대지진의 사망·행방불명자 약 10만 명 중 1%에서 수%가 이러한 사안으로 (피살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는 이 같은 100년 전 참상을 전하면서 현재도 일본의 각종 재난 현장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외국인이 물자를 몽땅 빼돌려 피난소가 폐쇄됐다”는 식의 악의적인 유언비어가 인터넷상에 퍼지면서 외국인 혐오 정서가 일었다면서다. 그러면서 신문은 “100년 전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해마다 9월 1일 도쿄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 있는 간토 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 앞에서 열리는 추도식에 2017년부터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조선인 6000여 명이 학살당했다는 추도비의 내용이 부풀려졌다는 일본 우익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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