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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또 '방탄 정당' 오명…이재명 때보다 '방탄 대오' 세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받는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무기명 표결에서 167석 민주당 의원이 무더기 ‘반대표’를 던진 결과다.

윤 의원에 대한 체포안 표결은 총 293표 중 찬성 139, 반대 145, 기권 9로, 이 의원 체포안은 찬성 132, 반대 155, 기권 6으로 부결됐다. 민주당 출신인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건 21대 국회 들어 총 4번째로, 민주당은 이날도 ‘방탄 정당’의 오명을 벗지 못했다.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두 부결됐다. 윤관석 의원이 신상발언을 마친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설명한 후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두 부결됐다. 윤관석 의원이 신상발언을 마친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설명한 후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윤 의원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총 6000만원을 살포한 혐의를, 이 의원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에게 110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두 의원은 관련 의혹이 불거진 뒤 지난달 3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날 국민의힘(113석)은 체포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정의당(6석)도 “당론에 따라 전부 가결 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 175명에 달하는 범(汎)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방탄 강화’에 동의한 것으로 계산된다.

특히 이날 반대표 숫자는 지난 2월 27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반대표 숫자보다 늘었다. 당시엔 총 297명 가운데 찬성 139, 반대 138, 기권 9, 무효 11로 부결됐다. 당시엔 기권·무효까지 합쳐 범야권에서 37명의 이탈표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석 달 사이 민주당 ‘방탄 대오’가 외려 강화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2021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 1차 본회의 체포동의안 투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2021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 1차 본회의 체포동의안 투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두 의원은 표결에 앞선 신상발언을 통해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윤 의원은 “검찰이 돈 봉투를 받았다는 의원들 이름을 전혀 특정하지 못했다”며 “부실하고 부당한 영장청구”라고 했다. 이 의원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점 등을 거론하며 “검찰이 요구하는 대로 순순히 진술하면 괜찮고 방어권을 행사하면 구속되어야 하나”라고 맞섰다. 이 의원이 본회의장에 앉아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노려보며 “최근 검찰이 지극히 자의적이고 선택적인 검찰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국민의힘 의석에선 “자중하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표결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부에선 가결을 예상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파문까지 3중고에 처한 상황에서 “체포동의안 가결 뒤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게 당 위기를 조금이나마 벗어나는 방법”이라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 밖의 표결 결과에 일부 민주당 당직자·보좌관도 “두 동의안 모두 부결될 줄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부결을 선택한 데엔 “검찰에 더는 뚫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 5일 검찰이 돈 봉투 수수 혐의를 받는 현역 의원 29명의 출입기록 확보를 위해 국회 사무처를 압수수색한 뒤로 당내에선 “검찰이 민주당 전체를 겨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같은 기류는 12일 오전 열린 민주당 비공개 의총에서 고스란히 터져나왔다. “민주당엔 친명·비명이 아닌 용의자, 피의자, 피고인만 있다”(초선 의원) 등 검찰 성토가 이어졌다. 한 초선 의원은 “검찰이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고, 두 사람은 도주 우려도 없다”며 “과도한 검찰권 행사”라고 했다. 이날 의총에서 친명 강경파인 정청래 최고위원이 논란이 일던 행안위원장직을 포기한 것도 지도부에 대한 비명계의 반발심을 누그러뜨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총 직전 윤 의원은 회의장에 들어서던 민주당 의원을 향해 일일이 허리를 숙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10분간에 걸쳐 체포안 요청 설명을 했는데, 발언 말미에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한다”며 “(이들이) 돈 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공정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의 계산된 정치적 발언에 모욕감을 느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우리 당을 범죄집단처럼 매도해서 현장 분위기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뀌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의원 20명에 대해 대법원 판결 확정까지 한 것처럼 피의자 취급하는 걸 듣고 제정신인가 싶었다”(율사 출신 의원), “한 장관이 거의 미친 사람 칼 쓰듯이 칼을 휘두른다”(수도권 초선 의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정청래 최고위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정청래 최고위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다만 “체포동의안 4연속 부결로 인해 방탄 이미지가 굳어지게 됐다”는 당내 우려도 적지 않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4번의 부결에 대해)사실 부담이 있다”면서도 “부담이 좀 되더라도 검찰의 무차별적 수사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라는 게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의원 체포안 부결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결과에 대해 국민들께서 마음속으로 판단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도덕상실증이 구제 불능 수준”이라고 맹공했다. 김기현 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가 국민들 앞에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폐지한다고 공약했던 것이 새빨간 거짓말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불체포 특권 뒤에서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하면서 무슨 혁신을 하나”라며 “혁신의 ‘혁’자도 입에 올리지 말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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