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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은총과 부활의 은유, ‘생명의 빛’ 예배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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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개신교의 한 신도가 수백억 원의 유산을 선교를 위해 써달라고 쾌척했고, 또 다른 신도는 예배당 건축재료로 러시아산 홍송(紅松) 600본을 기부했다. 기부받은 서울의 한 교회는 경기도 가평 골짜기에 ‘생명의 빛 예수마을’을 세워 해외 선교 지원과 은퇴 선교사들의 보금자리로 조성 중이다.

먼저 완공된 선교센터는 통유리와 폴리카보네이트로 마감해 세련된 외관을 가졌으나 종교시설 특유의 신성함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3층에 자리한 예배당은 개신교 교회로는 몇 안 되게 장엄한 감동의 공간이다. 예배당의 외관은 피라미드형이지만 내부공간은 원형 평면에 돔 모양의 천장으로 구성했다. 예의 러시아 홍송을 사용해 내부공간을 만들었다. 외부의 형태나 재료와 완전 다른 내부를 대비시켜 예배공간의 상징성을 극적으로 높였다.

공간과 공감

공간과 공감

계단식 예배석을 동심원 형상으로 배열했고, 가장 낮은 중심에는 세례 못을 상징하는 조형물과 십자가를 세웠다. 300석으로 소박한 규모의 좌석 사이에 십자가 모양의 통행로도 만들었다. 수천 명 규모의 극장식 예배당에 비해 소략한 규모지만, 빛나는 보석은 작아서 보석이다. 800여 개의 길고 짧은 나무기둥을 세우고 공중에 매달았다. 살아있는 나무는 수직으로 서지만 죽은 나무는 옆으로 눕는다. 이 예배당의 세워진 목재들은 다시 얻은 생명, 즉 부활을 은유한다. 나무기둥들이 연속해 벽면을 이루고 매달린 목재의 단면들이 반복해 천장면을 이룬다.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으로 느끼는 벽과 천장이다. 생명을 얻은 목재 사이로 자연의 빛이 은총의 단비처럼 쏟아진다. 마치 무성한 숲속에 비치는 햇빛같이 명실상부 ‘생명의 빛’이다.

설계를 맡은 신형철은 프랑스에서 성장하고 활동하는 신진 건축가다. 그의 미완성된 이력과도 같이, 공간도 아직은 집단 예배보다 개인 기도가 어울리는 곳이다. 거주시설이 완비되어 은퇴 선교사들이 입주하면 이 예배당은 더욱 완전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