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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in] 연말연시 뮤지컬 쏠림 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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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0대 공연장 실태 조사해 보니 …

#10일 중 7일은 뮤지컬에 배당

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을 비롯 최근 설립된 충무아트홀.성남아트센터.극장 용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대 공연장에서 연말연시에 올려지는 뮤지컬 총 편수는 20개였다.(표 참조) 한 공연장마다 평균 두 작품씩 올리는 셈.

연말연시를 12월1일부터 2월28일까지로 산정하면 기간은 정확히 90일. 10개 공연장의 총 공연일수는 900일이란 계산이 나온다. 각 공연장의 뮤지컬 공연 일수를 모두 합친 숫자는 555일. 전체 공연일 중 뮤지컬이 차지하는 비율은 61.7%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는 정확히 공연일만을 따진 것으로 공연 전 연습기간과 무대 설치, 공연 후 무대 철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 공연장이 뮤지컬에 할애하는 비율은 70%를 웃도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머지 30%를 놓고 무용.연극.전통예술 등 순수 공연 장르가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꼴이다.

10대 공연장 중엔 뮤지컬이 90일 중 86일 공연되는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국.공립단체중에선 국립극장(문화관광부)이 77일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충무아트홀(중구청)과 극장 용(문화관광부)이 각각 69일과 67일을 기록했다. 뮤지컬이 50%를 넘기지 않는 공연장은 아르코예술극장.예술의전당.성남아트센터 세 군데 뿐이었다.

#사활을 건 대관 전쟁

공연장마다 뮤지컬로 도배가 되는 현실에서 뮤지컬 제작사들은 공연장 잡기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설&컴퍼니 설도윤 대표는 "작품을 어떻게 만들고 돈을 얼마나 끌어들이냐보다 뮤지컬 프로듀서의 능력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연장 대관이다"라고 말했다. 한 뮤지컬 기획사 대표는 "공연장을 내줄 때까지 대관 담당자 사무실 앞에서 며칠씩 진을 치고 기다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뮤지컬 열기는 큰 공연장만이 아니다. 대학로 소극장도 연말연시엔 줄줄이 올리고 있다. '뮤직 인 마이 하트' '렌트' '풀 몬티'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작지만 탄탄한 뮤지컬로 대학로도 이미 점령돼 있다. 쇼틱 김종헌 대표는 "노래방이 한번 뜨면 주변 가게가 줄줄이 노래방으로 전업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공연계에도 퍼져 있다"며 "대학로 소극장들은 공연에 대한 철학을 가지기보다 임대업이란 인식이 더 강하다. 뮤지컬이 된다 싶으니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리로 몰아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순수 예술을 위한 뮤지컬 전용관?

이런 뮤지컬 쏠림 현상에서 연극.무용 등 다른 장르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한 연극 연출가는 "제작사 측에서 뮤지컬을 만들어 보자는 제의가 많다.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공연기획사 이다의 오현실 대표는 "과거 연극을 주로 하던 중소 기획사들도 이젠 대부분 뮤지컬 제작으로 방향을 틀었다. 연극만을 고집하기엔 너무 척박하다"고 전했다.

뮤지컬 전용관 건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전용관이 생겨야 지금처럼 복합공연장이 뮤지컬로 쏠리는 기형적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뮤지컬 전용관은 뮤지컬뿐만 아니라 순수 예술 장르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더욱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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