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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 62% “미중 전쟁 발생시 중립” 43% “中은 필수파트너”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월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월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인 절반 이상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대만 유사시 유럽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본다는 설문 조사가 7일(현지시간) 나왔다.

미 정치전문매채 폴리티코는 이날 범유럽 싱크탱크 유럽국제관계협의회(ECFR)가 올해 4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등 유럽연합(EU) 11개 회원국 18세 이상 성인 1만61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전체 응답자의 62%는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전쟁이 발생할 경우 자국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지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3%였고, 중국을 지지한 비율은 5%였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도 10%나 나왔다.

미국을 지지하는 여론은 스웨덴(35%), 폴란드(31%), 네덜란드(30%), 덴마크(28%)순으로높았지만 이들 국가에서조차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24%와 23%를 기록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중립을 택한 응답자가 80%에 달했다.

이같은 결과는 앞서 유럽이 미중 어느 쪽도 추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입장과도 맥락이 같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 방문 후미중 갈등으로 대표되는 세계 패권 다툼 아래 유렵이 전략적으로 자율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폴리티코, 경제매체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우리와 무관한 위기에 휘말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에 종속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문제에서 유럽인이 ‘졸개’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의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후폭풍을 일으켰다. 그는 “우리 유럽인이 이 사안에서 졸개가 돼 미국의 장단과 중국의 과잉행동에 반드시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여러 상황 중에 최악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더 쏟아냈지만, 프랑스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해당 발언은 보도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9년 11월 6일 중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환영의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2019년 11월 6일 중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환영의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당시 나토 회원국에선 ‘그럴 거면 유럽이 알아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처리해라’(마르코 루비오 미 상원의원), ‘EU와 나토의 전략적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도빌레 사칼리엔 리투아니아 야당의원), ‘마크롱의 방중은 중공에 완벽한 승리를 안겼다’(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하원의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 ‘중국이 유럽에 어떤 국가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3%는 미중 갈등과 상관없이 중국은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필수적 파트너’라고 답했다.

중국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라이벌’, ‘갈등 관계에 있는 적대국’이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24%, 11%였다. 또 응답자의 74%는 유럽이 언제까지나 미국의 방위력에 의존해선 안 되며 자체 방어력 키우기에 나서야 한다고도 답했다. 미국의 유럽 방위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8%였다.

이번 설문조사를 공동 주도한 ECFR 선임연구원 자나 푸글리에린은 “이 설문조사의 가장 주요한 시사점은 EU가 외교 정책에서의 자립성을 키우고 자체 방어 능력을 구축하기를 유럽인이 원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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