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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품질관리' 일회용 아닌 '문화'가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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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유번(사회)=선진국은 한마디로 고품질 국가다. 제품.서비스 품질은 물론, 인적자원이나 사회.제도적 품질이 높아져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품질 경쟁력 제고에 무엇이 필요한지 고견을 부탁한다.

▶정광모=기업이 아무리 품질을 높이려고 애써도 소비자 만족과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면 허사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제품 생산 단계의 불량을 관리하는 소극적 자세다.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는 품질을 제공하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소비자 불만에 대해서 고객센터 같은 일부 부서 차원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보편화된 '소비자 피해 예방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계형=올들어 일본 업체들이 제품 불량으로 리콜을 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소니가 리튬 이온전지 리콜을 실시했고, 도요타.혼다.닛산 등 자동차 회사들은 올들어 총 300만대가 넘는 리콜을 했다고 한다. 이는 '품질의 대명사'라는 일본 제조업체들이 자만에 빠져 원가 절감에 치중하고 교육.훈련을 게을리한 탓이다. 국내 산업계에서도 품질 과신, 또는 품질 경시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조직원들을 끊임없이 교육시키고, 어떤 혁신활동을 할 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차원에서 우리 서비스업의 품질 수준이 떨어지는 만큼 서비스 분야의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

▶김종갑=20세기가 생산성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품질의 시대다. 우리 기업들은 지속적인 품질혁신 노력으로 반도체.조선.자동차.철강 등 분야에선 세계적 품질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저임금을 무기로 커 온 많은 산업 분야는 중국과 동남아의 추격에 고전을 면치 못한다. 중국의 석유화학.가전.통신기기.반도체 산업의 기술 경쟁력은 현재 한국의 80% 안팎 수준이지만 2010년께 우리와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후발국의 경쟁을 뿌리치고 앞서 나가는 방법은 품질혁신 밖에 없다.

▶사회=기술은 베낄 수 있어도 품질은 베낄 수 없다. 도요타자동차를 아무리 벤치마킹해도 도요타가 될 수는 없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지 않으면 고품질 제품이 나올 수 없다. 산업 현장에서 품질혁신에 어려움은 없는지.

▶이영관=우리 회사는 원래 섬유가 주력이었지만 이젠 중국에 밀려 안 된다. 현재 정보기술(IT) 소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 이 분야는 남들이 못 만드는 제품을 내놓는 게 경쟁력의 관건이다. 그러려면 우수 인력이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해져 문제다. 우수 인재가 제조 현장에 유입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강주안=항공업계와 연관이 큰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겠다. 우선 한류를 세계화해야 한다. 한류는 일부 연예인에 의존하고, 지역도 아시아권에 머문다. 한글.한국학.한국음식 같은 우리 전통문화 콘텐트를 세계화해야 한다. 또 미래형 관광레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행정절차 간소화, 세제 지원, 관광단지 내 복합시설 허용 등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해 양국의 인적.물적 교류 및 상호 투자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끝으로 서머타임제도 도입을 건의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곳은 사실상 한국과 일본뿐이다.

▶김종신=품질혁신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품질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와 리더십이 중요하다.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 체계적인 추진이여야 한다. 발전회사 경영 성패는 효율적인 연료 구매체계를 갖추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세계적으로 자원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자원 확보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사회=품질혁신을 위해 정부에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김종갑=정부는 21세기 품질 일류국가를 목표로 ① 품질 탁월성 실현 ② 품질경영 확산 ③'품질 한국' 브랜드 창출이라는 3대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문인력 양성, 중소기업 지원 등의 사업을 벌인다. 각종 제도 개선 및 지원사업을 계속해 나가겠다.

정리=차진용 기자<chajy@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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