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대마가 죽더라도 두점을 살려야했던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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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8보 (116~134)]
白.山田規三生 8단 | 黑.朴永訓 4단

바둑은 심리전이다. 승부가 커질수록 심리전의 비중이 커진다. 전보 백△ 두점의 목숨을 놓고 벌어진 싸움 역시 수(手)의 싸움이 아닌 심리의 싸움이었다.

대마의 사활이 걸린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구라도 변화를 다 읽을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이런 때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당시 박영훈4단의 심정은 무엇이었을까. 대마를 잡아 시원하게 이기는 것이었을까. 아니다. 박영훈이야말로 타개가 장기이며 이런 스타일의 기사들은 사는 수가 너무도 잘 보인다.

그런 朴4단이 대마를 끝까지 잡으러 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의 목표는 백△ 두점을 잡아 조그맣게 이기는 것이었다.

따라서 야마다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결코 내줘서는 안되었다. 바둑은 상대의 의도를 거스르는 게임이며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게임이다. 따라서 두점을 결사적으로 살림으로써 빨리 보따리를 싸 달아나려는 상대를 골치아픈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야 했다. 그래야 변화가 가능했다.

박영훈은 이제 편안한 얼굴이 됐다. 두점을 잡아 모든 후환이 사라졌다. 집 승부라면 그건 걱정없다. 118에 119의 붙임도 좋은 수. 이후 백대마를 추궁해가는 수순이 모두 한눈에 보인다. 국면이 크게 좁아졌기에 모든 게 쉽다.

그런 와중에도 야마다의 126은 '참고도' 백1에 두는 것이 더 나았다고 한다. 실전도 백대마가 사는 것은 틀림없지만 A가 선수로 들어 B까지 백의 안방을 자유롭게 쳐들어갈 수 있게 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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