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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 파헤치기 「융단포격」(국감 낙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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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가 급등·특혜대출·사전내정설등 맹공/교원심사·안면도 비밀문건 얻어내 “성과”/준비부족·잦은 이석·계파 알력으로 수준미달 평도
○…이번 국정감사는 「태영국감」으로 불릴 만큼 민방 의혹사건 추궁에 집중되었다.
국정감사 첫날 한은 감사에서 특혜금융이 터져나와 대서특필되자 경쟁적으로 태영 파헤치기에 열중해 거의 모든 상위가 태영문제를 건드렸다.
공세과정에서 평민당 의원들은 서로 먼저 나서려고 해 「질문독점」 「질문 가로채기」까지 나타나 질문순서를 놓고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고,한 의원은 『김대중 총재의 특별지시사항인데 체면 따지게 됐냐』고 귀띔.
평민측이 태영에 계속 포문을 퍼붓자 사흘째부터 민자당의 김영삼 대표 측근인 김덕룡 의원이 나서 『태영은 부동산기업으로 민방 새 주인으론 도덕적 결함이 있다』고 수위높은 공세를 펼쳐 눈길.
○…이번 국정감사를 「태영국감」으로 만든 기폭제는 신한은행 여의도지점에서 태영에 담보보다 11배 넘는 2백49억원의 회사채 지급보증을 서주었다는 제보와 등기부 열람을 통한 확인에서부터 시작됐다.
평민 의원들은 당초 태영의 주거래은행인 상은 쪽만 캐봤으나 문제삼을 만한 게 없어 고심중이었는데 금융가에 소스가 많은 임춘원 의원에게 국감 1주일 전쯤 제보가 있었다는 소문.
첫날 이 문제가 터져 나오자 국감경험이 없는 김재윤 신한은행장은 임 의원의 파상공세에 당황,『하문하신 문제는…』 운운하며 최경칭어를 사용해 또 구설수.
태영의 금융거래실태가 속속 드러난 것은 『태영 선정에 불만있는 쪽과 은행 내부,평민당 지지자로부터 제보가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민측은 인정했다.
28일 민방 선정의 주무부처인 공보처 감사에서 이동근 의원 등 평민당 의원들은 그 동안 민방문제와 관련,떠돌던 온갖 소문을 집대성,공보처를 몰아세웠으나 「심증」뿐 구체적 자료가 뒷받침되지 않아 처음에는 긴장했던 공보처측도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며 안도.
○…외무통일위에서는 민자당내 민주계의 권헌성 의원이 기회있을 때마다 질의형식을 통해 같은 위원회 소속이자 민정계인 박철언 의원을 물고 늘어져 민자당내 파벌싸움이 공개석상까지 비화.
27일 통일원 감사에서 권 의원은 통일원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한 정부 조직개편을 들어 『이는 북방외교의 경험이 있는 특정인사(박 의원을 지칭)를 위해 만든 위인설관 아니냐』고 포문.
박 의원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권 의원은 『똑같이 평양에 갔는데도 박 전 장관은 괜찮고 임수경양만 잡아넣느냐』고 장관답변을 요구.
이에 자극받은 박 의원은 『내가 방북했다는 것은 사실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했다가 『설사 특정인사가 헌법에 따라 통일정책 수행을 위해 방북했더라도 이는 임양의 방북과는 다르다』고 주장.
이같은 광경을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은 지그시 눈을 감고 듣고만 있었다.
○…저질시비로 항상 구설수에 오르던 건설위는 이번에도 눈살 찌푸려지는 작태들을 노출.
업자출신 의원들이 체면 불구하고 속보이는 질문공세를 펴는가 하면 의원들은 몇 개의 질문을 던진 뒤 휴게실에 나가 잡담을 나누거나 아예 외부로 나가 자기 볼일에 열중.
이 바람에 27일 토개공 감사 때는 오후 6시 무렵 22명 정원에 위원장을 포함한 7명 만이 남아 의사정족수에도 미달.
16명이나 되는 여당은 강의출석 일수를 빙자한 김동주 의원을 포함,12명이 이석했고 자신의 회사에 대해 집단민원소동이 난 이인구 의원은 연이틀째 불참.
이같은 감사태도에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민자당 지도부와 총무실은 소속의원에게 일일이 출석을 독려.
○…국정감사에서 진가를 발휘한 것은 현장 문서검증. 야당 의원들은 특히 문교체육위와 경제과학위원회 감사 때 즉석에서 정부 비밀문건 등에 대한 문서검증을 실시,정부측을 꼼짝없이 몰아세우거나 「위증의 증거」를 포착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29,30일에 걸쳐 진행된 과기처 감사에서 이해찬 의원(평민)은 원자력연구소와 충남도간에 맺은 「토지위탁매수협약」과 「원자력연구소 분소입지방안과 대상부지 예비평가」 문서의 제출을 요구했으나 전자는 즉시 파기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후자만 「얼떨결에」 제출됐다.
이 과정에서 과기처 최영환 차관과 한필순 원자력연구소장의 답변이 엇갈려 이 의원은 『중앙당과 협의,위증혐의로 관계자를 고발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문체위의 박석무·이상옥 의원(평민)은 지난 27일 서울시교위 감사에서 교원임용시 신원조사를 하는 「보안심사위회의 관련기록」을 요청,1백여 페이지에 이르는 「대외비」 문건을 검토하는 호기를 잡아 ▲「보안심사위」 존재를 부인한 문교부측의 국감 중 첫 번째 허위증언혐의를 잡고 ▲일부 심사가 법적 기준과 다르게 자의적으로 이루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3당통합 후 첫 국감에서는 민자당이 거여의 힘을 톡톡히 발휘해 야당이 요구한 증인채택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왕년에 폭로성 질문으로 성가를 올렸던 민주계 의원들은 위원회마다 별다른 질문거리를 못 만들어 주변에서 서성거리거나 아예 회의장 밖에서 시간 때우기로 일관.
농림수산위에선 일방적으로 몰리기만 하던 민자당측이 30일 전남도 감사에서 『도가 지난해말 정부보관 통일벼를 야당 의원들이 경영하는 정미소에 특혜 배정,20여 억원의 폭리를 취하게 했다』(정동호 의원)고 폭로,평민당에 역공을 가해 5시간 동안 1문1답을 펴는 김영진 의원 등의 「피곤한 공격」을 방어.
○…짧은 기간 준비부족으로 이번 국감은 지난 시절에 제기된 문제를 그대로 재탕하거나 각도를 약간 돌려 터뜨린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의 87·88년 예산 선거비용 전용이슈나 행정위의 전두환씨 사저 귀속문제 등이 대표적 사례인데 여야 할것없이 정부제출자료와 옛 신문 스크랩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신종이슈 개발」에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들.
서울시 감사에 박실 의원(평민)이 지목변경 특혜여부를 추궁하면서 36만평을 4백만평으로 크게 불렸다가 망신을 당했고,양성우 의원은 경부고속전철 추진으로 3천억원 정치자금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내용의 질문서를 미리 돌렸으나 실제 질문은 안 해 한건주의를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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