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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부주의로 작품 '쨍그랑'…네티즌도 놀란 작가의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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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모전에 전시된 조소 작품이 어린이 관객의 부주의로 파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 시인 류근 페이스북 캡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모전에 전시된 조소 작품이 어린이 관객의 부주의로 파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 시인 류근 페이스북 캡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모전에 전시된 조소 작품이 어린이 관객의 부주의로 파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작품을 만든 작가는 "작가의 부주의도 있다"며 "아이를 혼내지 말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3일 시인 류근씨의 페이스북에 따르면 류씨는 서울 종로구 혜화아트센터에서 전시 중인 '사람 사는 세상'전(展)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지난 20일 어머니와 함께 전시를 관람하던 유치원생 남자 어린이가 조소 작품을 깬 사연과 함께 현장 사진 등을 공개했다.

류씨는 "꼬마와 어머니는 사색이 됐고 행사를 주관한 분과 갤러리도 몹시 당황했다"며 "작품가는 500만원으로 책정돼 있었고, 파손된 작품의 작가에게 급히 연락을 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파손된 작품의 조각가인 김운성 작가가 보내온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 작가는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작가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센터 측에 보낸 메시지에서 "작품이 파손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아이와 함께 왔다가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아이를 혼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가 좀 더 신경 써서 파손되지 않게 해야 했는데 작가의 부주의도 있었던 일"이라며 "변상, 보상도 생각 안 하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 작가는 "작가에겐 소중한 작품이지만 아이에게 미안함을 강요하고 싶지 않다"며 "작품이 파손되고서 받았을 부모님과 아이의 충격이 있었을 거라 생각되는데, 작가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주시고 잘 이해를 시켜주시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은 많은 이상과 꿈을 가지고 생장하는 내용이다. 때론 견디고 헤쳐나가야 하는 씨앗"이라며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작품 파손에 대해 이해를 시켜주시되 혼내지 않았으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류씨는 김 작가의 메시지를 전하며 "이 일화를 접하고 진심으로 코끝이 찡했다.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예술가의 마음이 그 어느 예술작품보다 감동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위해 싸웠고 노무현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분투했다"며 "작품을 깬 꼬마를 먼저 걱정하는 마음, 이것이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었던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닐까. 조각가 김운성 형이 참 자랑스럽다"고 했다.

해당 글에는 댓글 500여개가 달렸다. 네티즌들은 "아이와 엄마가 많이 놀랐을 텐데 작가님의 너른 혜량에 감동받는다" "작가님의 마음 씀씀이가 더 아트" "오랜만에 진한 감동을 느낀다" "이런 마음을 가진 작가님이셔서 그리 멋진 작품 활동을 하시는군요" 등의 반응을 남겼다.

김 작가는 이것 또한 작품이라며 깨진 작품을 이어붙여 전날 다시 전시했다. 같은 날 어머니와 어린이가 다시 전시장을 방문했고, 김 작가를 만난 아이 어머니는 김 작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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