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슨 난리인가(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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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상에 이런 나라는 다시 없을 것이다.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이리 밀리고,저리 밀리며 우왕좌왕하고,자동차들이 옥신각신하며,한쪽에선 망원경으로 망을 보고,무선전화기로 그 정보를 어디에 보고한다. 사령탑에선 그것을 근거로 전략회의를 열고,비로소 마지막 지령을 내린다.
어디 그뿐인가. 시시각각으로 TV가 중계방송을 하고,신문들은 앞을 다투어 몇 면을 내놓고 깨알같은 수자로 미주알 고주알 상황을 알린다.
이쯤되면 전쟁이지,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즐거운 행사가 아니다. 한두 해도 아니고,벌써 몇 년,몇 십년을 두고 우리는 해마다 그 난리를 치르고 있다. 언제 끝난다는 보장도,기대도 없다.
이런 현실을 두고 우리의 교육열이 세계 제일이고,국가의 장래가 2세 교육에 달렸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문교부는 교육의 이상을 어디에 두고 있으며,산하의 하고 많은 연구기관들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우리의 이 난장판 같은 교육현실이 눈앞에 빤히 보면서도 무슨 정책제시가 없다. 그저 하기 좋은 말로 예산 모자라고,인력 없으니 그만인가.
우리의 교육현실을 타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하나는 대학의 문호를 개방하는 길이고,다른 하나는 꼭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길을 터 주는 것이다. 문교당국은 그 어느 쪽의 일도 하지 않고 있다.
대학이 정원을 개방하면 물론 「학원 모리배」가 생기고,「엉터리 대학」들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학은 우선 사회여론이 가만히 놓아두지 않을 것이며,교육자의 양식에 달린 문제다. 또 법으로 규제하고 문책하면 될 것이다.
최근 한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 재학생의 절반에 가까운 48%의 학생들이 전공학과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또 3분의1의 학생들은 입시원서 접수 때 전공과목을 결정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런 교육은 인력의 낭비요,비용과 시간,국민에너지의 낭비다.
이제 입시가 끝나면 또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좌절하고,절망하고,방황하면서 어두운 나날을 보내겠는가. 그런 고통을 견디다 못 해 사는 것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우리는 후세들에게 무슨 죄를 짓고 있는 기분마저 든다. 평소 「공부를 잘하라」는 말만으로는 그 죄책감을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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