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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다이얼에 1678개의 점 찍었다…예술작품 같은 이 시계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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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확인하는 도구인가, 혼이 깃든 예술 작품인가. 동전만 한 다이얼에 그림을 그려 넣거나, 조각한다. 어떤 건 돋보기로 봐야 할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하다. 메티에 다르(Metier d’Art) 워치 이야기다.

손목 위 예술품 메티에 다르…전통 수작업으로 만든 시계

메티에 다르 워치는 장인이 여러 장식 요소를 더한 시계를 말한다. 불어인 메티에 다르는 공예 작업, 공예품이란 뜻인데 ‘숙련된 장인의 손끝으로 완성하는 창작의 경이로움’으로 의미가 확장돼 쓰이기도 한다. 특히 시계를 예술품으로 바라볼 때 자주 사용된다.

메티에 다르는 시계 다이얼과 이를 에워싼 케이스에 주로 행해진다. 케이스 뒷면에서 볼 수 있는 무브먼트도 장인의 작업 공간이 된다. 에나멜링·인그레이빙·기요셰가 메티에 다르의 대표적인 전통 공예 기법이다. 에나멜링은 다이얼 위에 세밀한 붓을 이용해 에나멜 염료로 색을 입히거나 그림을 그린 후 가마에 굽는 작업을 뜻한다. 인그레이빙은 날카로운 끌을 이용해 다이얼이나 케이스에 선을 새겨 넣는 작업이다. 사람·동식물·건물 등을 새긴다. 기요셰는 로즈 엔진이라 불리는 전통 기계를 활용해 다이얼 위에 일정한 패턴을 새기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동화된 기계로 패턴을 완성하기도 하지만 이를 메티에 다르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 쪽매맞춤이라 불리는 마케트리, 원단 대신 다이얼에 수를 놓는 자수, 불규칙한 패턴을 만드는 해머링도 시계 예술에 주로 사용하는 공예 기법에 속한다.

메티에 다르 워치의 가장 큰 특징은 희소성이다. 생산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장인의 손끝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도 흥미롭다. 밑그림은 같더라도 최종 결과물에 차이가 난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기계로 찍어내는 시계와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메티에 다르 워치는 복잡한 기능을 가진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와 함께 시계 애호가의 주요 수집 대상이다. 올해도 여러 명품 시계 브랜드가 메티에 다르 워치를 출시했다.

작은 다이얼에 1678개 점으로 달리는 말 그려넣어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원 프레셔스 컬러 워치의 다이아몬드 세팅 과정.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원 프레셔스 컬러 워치의 다이아몬드 세팅 과정.

예거 르쿨트르는 케이스 앞·뒷면에 아르데코풍의 기하학 패턴을 더한 리베르소 원 프레셔스 컬러 워치를 내놨다. 골드 케이스에 톤이 다른 블루 컬러와 블랙 에나멜을 칠한 단순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여러 번의 에나멜 채색과 굽기 과정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다. 에나멜 작업 이후에 274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하는 데 이미 완성된 에나멜 부분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보석 세팅 장인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반클리프 아펠 레이디 페어리 로즈 골드 워치의 에나멜 채색 작업.

반클리프 아펠 레이디 페어리 로즈 골드 워치의 에나멜 채색 작업.

반클리프 아펠의 레이디 페어리 로즈 골드 워치에서 주목할 부분은 컬러 그러데이션으로 완성한 에나멜 다이얼이다. 화이트·샴페인·푸시아(꽃 종류)·자줏빛 컬러 에나멜을 차례로 칠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요정의 날개 역시 여러 톤의 핑크빛 에나멜로 완성했다. 마름모꼴로 패턴을 만든 다이얼 소재는 깨지기 쉬워 조각이 어려운 자개다.

까르띠에 베누아 알롱제 워치

까르띠에 베누아 알롱제 워치

까르띠에는 베누아 알롱제 워치를 통해 메티에 다르의 한 영역인 보석 세팅의 정수를 보여줬다. 인버티드 파빌리온 방식(원석을 뒤집어 세팅)으로 베젤을 채운 그레이 스피넬과 블루 트루말린은 파격적이다. 잘게 조각낸 자개·터쿼이즈·오닉스·화이트 골드를 퍼즐을 맞추듯 조립한 상감 세공 다이얼은 좀처럼 보기 드물다.

1678개의 에나멜 비즈로 완성한 에르메스 슬림 데르메스 쉐발 드 레장드 워치

1678개의 에나멜 비즈로 완성한 에르메스 슬림 데르메스 쉐발 드 레장드 워치

장인의 고된 작업은 에르메스의 슬림 데르메스 쉐발 드 레장드 워치로 이어진다. 말이 질주하는 모습을 1678개의 점으로 완성한 다이얼이 특징이다. 화이트 골드 다이얼 위에 화이트 에나멜을 바르고 굽는 과정을 수 차례 반복한다. 이후 세밀 붓에 물을 묻혀 에나멜 비즈를 하나씩 올리고 가마에 다시 구워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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