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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사법독립 무너진 한국, 할아버지 개탄하실 듯" 日서 출간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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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대한민국 사법의 기초와 '사법부 독립'이라는 원칙의 기반을 만든 분이었습니다. 사법 독립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이 종종 무시되는 지금의 한국을 보신다면 하늘에서 크게 개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0일 도쿄 메이지대에서 열린 '김병로 평전' 일본어판 출간기념회에 참석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오른쪽)이 일본인 인권변호사 후세 다쓰시(布施辰治)의 손자인 오이시 스스무(大石進) 일본평론사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이영희 특파원

10일 도쿄 메이지대에서 열린 '김병로 평전' 일본어판 출간기념회에 참석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오른쪽)이 일본인 인권변호사 후세 다쓰시(布施辰治)의 손자인 오이시 스스무(大石進) 일본평론사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이영희 특파원

10일 오후 도쿄(東京) 메이지대에서 열린 『김병로(金炳魯) 평전』 일본어판 출간기념회에 참석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조부인 김병로(1887~1964) 전 대법원장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국의 현 정치 상황에 쓴소리를 내놨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 대법원장에 임명하며 이를 '사법개혁'으로 포장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법부가 그 입김에 흔들리는 모습이 걱정스럽다"면서다.

지난 2일 니혼호론샤(日本評論社)에서 펴낸 이번 평전은 가인(街人)이라는 호를 사용했던 김병로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의 삶을 담았다. 10대부터 의병 활동을 했던 독립운동가이자 인권변호사, 정치인으로서의 치열한 발자취가 담겼다. 그는 '독립을 위해선 힘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본 메이지대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귀국 후엔 변호사로 6·10 만세운동, 원산파업사건 등 일제에 맞선 이들의 무료 변론을 맡았다. "피고인들이 마음에 독립을 품었다는 이유로 이들을 처벌하려면 조선인 전체를 처벌해야 할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날 행사에서 "네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조부모 밑에서 자랐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병상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내가 김병로라는 인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일 것"이라고 회고했다. 1960년대 야당 창당에 참여하는 등 정치인의 길을 걸었던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당시 스물 네 살의 나이로 1년 가까이 조부의 비서로 창당 과정을 지켜봤던 경험이 정치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10일 도쿄 메이지대에서 열린 '김병로 평전' 일본어판 출간기념회에 참석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할아버지와의 기억에 대해 회고하고 있다. 이영희 특파원

10일 도쿄 메이지대에서 열린 '김병로 평전' 일본어판 출간기념회에 참석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할아버지와의 기억에 대해 회고하고 있다. 이영희 특파원

이날 행사에는 일본인 인권변호사 후세 다쓰시(布施辰治, 1880~1953)의 외손자이자 이번 책을 펴낸 니혼호론샤의 대표인 오이시 스스무(大石進)도 참석해 김 전 위원장과 대담을 가졌다.

후세 변호사는 김병로 선생과 마찬가지로 메이지대 출신으로, 1919년 '2·8 독립선언'을 이끈 조선청년독립단의 변론을 맡는 등 조선인들의 독립 운동을 법적으로 지원했던 인물이다. 1926년 일왕을 폭살하려다 사전에 발각돼 체포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를 변호한 것으로 유명하다. 후세 변호사는 당시에도 조선 땅을 오가며 김병로 변호사와 깊은 인연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윤덕민 주일대사는 "'가인'이라는 김병로 선생의 호는 '길을 헤매는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실제 그는 길을 잃었던 민족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인물"이라고 평했다. 이날 행사에는 평전의 공저자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서승 리츠메이칸대 특임교수, 우에노 마사오(上野正雄) 메이지대 법학부장, 오카모토 아쓰시(岡本厚) 전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 사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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