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라덕연 "상속까지 버틴뒤, 대주주에 비싸게 주식 되팔려 했다"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대규모 주가 하락 사태’ 책임을 놓고 주요 관련자의 “네 탓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 사태 핵심 인물인 라덕연 R&K홀딩스 대표는 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대주주가 일부러 가격을 누른 주식을 매집해 들고 있다가, 나중에 상속 시기에 대주주에게 되팔려고 했다”며 자신의 주식 매수 이유를 처음 밝혔다. 해당 주식의 주가가 하락한 것에 대해서는 “이 사실을 안 일부 대주주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면서 발생한 일”이라며 오히려 사법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상속까지 가져가 되팔려고 했다”

 라덕연 R&K홀딩스 대표. 연합뉴스

라덕연 R&K홀딩스 대표. 연합뉴스

라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지주회사 ▶적은 유통주식 ▶상속 이슈 등 3가지 조건에 충족하는 회사를 매수 대상으로 삼았다고 했다. 라 대표는 “이런 회사는 유통 주가 적고, 앞으로 상속해야 해서 대주주가 일부러 주가 가치를 떨어뜨려 저평가돼 있다”면서 “그런데 저 같은 사람들이 1000억원 2000억원 사버리니까 (주가가 올랐다). 나는 주가가 원래 가치를 받도록 촉매 역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에는 대주주에게 물량을 넘기려고 했다는 게 그의 계획이었다. 계속 주식을 팔지 않고 버티다 보면, 상속 시점에 “대주주가 비싼 값을 치르고 주식을 받아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라 대표는 “나이 많은 대주주보다 40대인 내가 더 오래 살 것 아니냐. 결국 들고 있으면 우리가 다 먹는 것”이라고 했다.

“김익래 측이 알고 반대매매 유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라 대표가 최근 주가 하락사태의 배후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지목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김 회장은 이번 SG증권 사태 때 주가가 크게 하락한 다우데이타의 최대 주주다. 특히 주가 하락이 시작하기 2거래일 전인 지난달 20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다우데이타 140만주(3.65%)를 미리 처분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김 회장은 주식을 팔아 605억원을 확보했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도 서울가스 주식 10만 주(456억9500만원)를 미리 팔았다.

라 대표는 상속 문제로 주가 상승이 달갑지 않은 김 회장 측이 라 대표의 매수 목적을 알고, 일부러 주가를 하락시켜 반대매매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라 대표는 김 회장이 주식을 팔았다고 공시했지만, 실제로는 공매도 세력에게 빌려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라 대표는 “600억 입금 내역을 보면 될 일”이라며 “돈 안 받았다면, 공매도 세력에게 주식을 빌려준 작전이고, 돈을 받았다면 그 자금 출처 추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라 대표는 김 회장이 공매도와 연관된 증거가 있는지 묻는 말에 대해서는 구체적 답변을 못 했다.

“자금세탁 아니라 부채, 시세조정 한 적 없어”

수익금을 갤러리·골프연습장 등을 통해 몰래 빼돌린 의혹에 대해서 라 대표는 “회원권이나 그림은 나중에 회원들이 돈으로 돌려달라면 다 갚아줘야 부채”라며 “투자하다가 손해나면 내가 돈을 돌려줘야 하니까, 수익금을 미리 부채 형식으로 받아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통정매매 의혹에 대해서 라 대표는 “통정매매라고 볼 수 있지만, 시세 조정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라 대표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바이앤홀드(매수 후 보유)’인데, 중간에 회원들이 팔아 달라면 바로 팔아서 줘야 한다”면서 “시장에서 안 팔리면 우리끼리 팔아서라도 주는 건데, 이 과정에서 일부러 가격을 올려치거나 내려친 적은 없다”고 했다. 다만, 라 대표가 일부 고액 투자자들이 참석한 비공개 모임에서 통정매매 방식을 자신이 설계했다는 식으로 발언한 녹취가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통정매매를 의도한 것이 아니라 불가피 하게 회원끼리 거래를 한 것이라는 해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해당 녹취에서 라 대표는 자신이 통정매매 구조를 짰지만 금융당국에 적발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미등록 투자자문에 대해서는 “잘못이다”고 인정하면서도 “수익금을 달라고 강요한 적 없고, 그래서 계약서도 안 썼다”고 했다.

“어설픈 전략, 신뢰 어려워”…키움은 명예훼손 고소

'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투자자 모집과 수수료 편취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의 한 실내골프연습장의 모습. 뉴스1

'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투자자 모집과 수수료 편취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의 한 실내골프연습장의 모습. 뉴스1

전문가들은 라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는 신뢰하기는 힘들다는 반응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상속세 때문에 주가 상승을 싫어하는 대주주가 왜 의도적으로 가격이 오른 주식 물량을 막판에 받아주겠나. 그냥 팔아버려서 주가 상승 세력을 와해시켰다가 다시 사면 될 일”이라며 “이런 어설픈 전략에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많은 돈을 맡겼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일부 대주주의 주식 매도에 대해서, 도덕적인 비난을 받을 순 있지만 법적 처벌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는 추가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말하기 곤란하다"면서도 "처벌을 하려면 직위와 관련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식 팔았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누군가 주가를 과도하게 올리고 있다는 걸 알고 팔았다는 것만으로 처벌하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과 키움증권 측은 라 대표가 자신들의 “명예를 심각해 훼손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키움증권 측은 “김 회장이 주가조작 세력과 연계된 사실은 전혀 없고 라씨도 어떤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모종의 세력과 연계해 불순한 목적을 갖고 주식 가격을 폭락시켰다는 것은 그룹 총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전혀 근거 없는 모함”이라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