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정책 반대한다 하자 교육부총리서 바로 제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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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8~9월 교육부총리 후보자를 물색할 당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김인세(59.사진) 부산대 총장이 자신의 탈락 배경에 대해 "3불 정책(본고사.기여입학.고교등급제 금지)을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9월 1일 김신일 교육부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김인세 총장은 '부산대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며 고사했다"고만 설명했었다.

인선 과정에 대한 김 총장의 설명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김 총장을 배제한 이유가 결국 '교육 정책 코드'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 총장의 발언은 21일 특강을 위해 부산대를 찾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동석한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이 김 총장을 가리키며 "얼마 전 교육부총리 대상으로 올랐던 분"이라고 소개하자 김 총장이 인선 뒷얘기를 시작했다.

김 총장은 "청와대에서 요청이 왔는데 나는 전교조도 무섭고 해서 사양했다"며 "마치 연애할 때도 싫다고 하면 더 그러듯이 사양할수록 (대통령) 비서실에서 연락이 계속 왔다"고 밝혔다.

마취과 교수 출신인 김 총장은 "(청와대가) 조사하면서 오만 걸 다 물어보더라"며 "'외국계 제약사에서 돈을 대서 외국에 간 적이 있느냐'고까지 질문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김 총장을 대상으로 강도 높게 도덕성 검증을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총장은 "그러다가 내가 '나는 3불 정책에 반대한다. 기여입학제가 있어야 한다는 소신'이라고 했더니 바로 포기하고 낙마시켰다"고 공개했다. 얘기를 듣던 박 전 대표는 "부산대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교육부총리 후보로 30여 명의 정보를 검토했고 김 총장은 그중 한 명이었다"며 "그러나 후보자 개개인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 확인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참여정부의 교육 철학과는 맞지 않는 분이라는 주위의 의견이 있기는 했다"며 "종합적인 검토 결과 인선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부산고.부산대 의대 출신으로 2003년 총장에 취임했다. 현 정부 들어 2003~2005년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올 4월엔 전국 국.공립대 총장협의회 회장에 올랐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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