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독일 3대 일간지도 취재 경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45년간 놓지 않은 희망의 끈을 함께 잡아야 한다."(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독일판 망부석(望夫石)이 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22일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냈다.

'43년째 수취인 불명' 사연(본지 11월 14일자 1면)의 주인공 레나테 홍(69) 할머니를 도와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홍 할머니는 옛 동독에 유학 왔던 북한 대학생 홍옥근씨와 결혼했지만 1961년 남편이 북한 당국에 의해 소환돼 생이별을 해야 했다. 이후 홍 할머니는 남편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45년간 아이들을 기르며 홀로 살아왔다. 남편과의 편지 왕래도 이별한 지 2년 만에 끊어졌다.

이런 사연에 대해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냉전은 끝났지만 아물지 않은 상처가 세계 곳곳에 있다"며 "홍 할머니와 남편 홍옥근씨의 삶은 냉전 한복판에 있던 한반도의 운명을 닮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할머니가 45년간 놓지 않고 있는 희망의 끈을 우리 모두가 함께 잡아줘야 할 때"라며 "생사 확인과 가족 상봉을 위해 관계 당국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도 "43년간 혈연이 끊어진 것은 시대의 비극"이라며 "홍 할머니가 독일판 망부석이 되지 않도록 남북한 정부는 상봉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형오 원내대표도 "우선 남편의 생사 확인이 급하다"며 "대한적십자사(한적)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홍 할머니 돕기와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통일외교통상위 소속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홍 할머니가 남한 이산가족에 준하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홍씨의 생존이 확인되면 우선 화상 상봉이라도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임종석 간사도 "분단과 냉전의 책임은 소수에게 있지만 상처는 모두에게 남게 된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며 "홍씨의 생사 확인과 서신 교환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한적이 대화 창구를 갖고 있는 만큼 홍씨의 생사 확인을 북한 당국에 직접 요청해야 한다"며 한적의 적극적 대처를 주문했다. 이에 앞서 한완상 한적 총재는 16일 독일 적십자사에 상봉 요청 서신을 보냈다.

신용호.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