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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억 쏟은 백암산 케이블카, 153일 중 68일이나 멈춘 사연 [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6일 찾은 강원 화천군 백암산 케이블카 전망대. 사진 촬영이 제한돼 관광객들이 전망대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 26일 찾은 강원 화천군 백암산 케이블카 전망대. 사진 촬영이 제한돼 관광객들이 전망대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진호 기자

‘보안 앱’ 설치하자 카메라 기능 제한 

지난 26일 오전 9시40분 강원 화천군 화천읍 중리 백암산 케이블카 임시 신원확인 검문소. 검문소 관계자가 신청자 명단과 신분증을 대조하며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신원 확인이 끝나자 인솔 직원이 “이동 구간에 군부대 보안시설이 있으니 ‘국방모바일보안’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 받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앱을 설치하자 카메라 기능이 제한됐다. 이날 셔틀버스에 오른 관광객 대부분은 60~70대였다. 앱 설치에 어려움을 겪자 인솔 직원이 자리를 옮겨가며 설치를 도왔다.

백암산 케이블카 탑승장까지는 셔틀버스를 타고 50분가량 이동해야 했다. 이날 버스엔 27명이 탑승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20분 정도 달리자 안동포초소가 나왔다. 셔틀버스가 멈추고 군 관계자가 탑승하더니 검문이 시작됐다. 휴대전화에 보안 앱이 설치됐는지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관광객 1명의 휴대전화에 보안 앱이 없는 것이 확인되자 앱 설치를 요구했다.

지난 26일 찾은 강원 화천군 백암산 케이블카에서 찍은 백암산 일대 모습. 멀리 평화의댐이 보인다. 박진호 기자

지난 26일 찾은 강원 화천군 백암산 케이블카에서 찍은 백암산 일대 모습. 멀리 평화의댐이 보인다. 박진호 기자

대기시간 길어지자 ‘깊은 한숨’ 

이후 군 관계자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10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일부 관광객은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백암산 케이블카 관계자는 “군 관련 보안시설 촬영을 하지 못하도록 앱을 설치하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일하다 보면 앱 설치가 어려운 휴대전화를 소지한 분이 많다”며 “보안을 지키면서도 출입이 수월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케이블카 탑승장까지 가는데 너무 많은 절차를 거치다 보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검문이 끝나고 다시 출발한 셔틀버스는 위병소에서 또다시 간단한 출입 절차를 거친 뒤 탑승장으로 향했다. 케이블카에 탑승하고 15분간 2.12㎞ 구간을 이동하며 비무장지대 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졌지만, 보안 앱 때문에 사진 촬영은 불가능했다.

백암산 전망대에 도착하자 북한에 있는 임남댐(금강산댐)까지 거리가 16.69㎞, 금강산까지는 53.11㎞라고 적힌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전망대에서도 사진 촬영은 할 수 없었다. 백모(63)씨는 “보안시설이 있는 곳은 촬영을 못 하게 하는 게 맞다”라면서도 “통일전망대는 북한지역을 찍을 수 있는데 여긴 산림만 있는 지역도 못 찍게 해 아쉬운 점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최북단이자 가장 높은 고도인 강원 화천군 백암산에 있는 케이블카. [사진 화천군]

국내 최북단이자 가장 높은 고도인 강원 화천군 백암산에 있는 케이블카. [사진 화천군]

국내 최북단이자 가장 높은 고도인 강원 화천군 백암산에 있는 케이블카. [사진 화천군]

국내 최북단이자 가장 높은 고도인 강원 화천군 백암산에 있는 케이블카. [사진 화천군]

“군사 시설 찍히면 안 돼” 촬영 제한  

군 관계자는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으면 우리 군이 근무하는 GP 등이 나올 수 있어 제한하고 있다”며 “전망대 건물을 배경으로 찍거나 지정된 장소에서만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설사 설명이 끝나고 전망대 밖으로 나오자 인솔 직원이 보안 앱을 삭제했다. 관광객들은 전망대 시설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후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에는 사진 촬영이 허용됐다.

박모(63ㆍ여)씨는 “들어올 때 엄격하게 보안 앱을 설치해 촬영을 못 하게 하더니 나갈 땐 너무 쉽게 보안 앱을 삭제해 주는 것 아니냐”며 “관광객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보안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혼란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암산 케이블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북한 금강산 댐과 우리 측 평화의 댐을 조망할 수 있는 시설이다. 2014년 착공 후 8년 만인 지난해 10월 22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소요된 예산만 411억원에 달하는데 각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안쪽에 있어 최소 3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하루 4회 운영되는데 1회당 40명만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신원 확인은 물론 보안 앱 설치, 두 차례 검문까지 까다로운 방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더욱이 군사 상황이나 기상악화로 갑자기 운영이 중단되는 사례가 많다 보니 어렵게 화천을 찾은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지난 26일 찾은 강원 화천군 백암산 케이블카 탑승장 모습. 박진호 기자

지난 26일 찾은 강원 화천군 백암산 케이블카 탑승장 모습. 박진호 기자

1회 40명 신청 인원 ‘80명’으로 늘리기로

화천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2일부터 지난 20일까지 153일간 이용자는 7498명이다. 하지만 이 기간 운영이 중단된 것은 68일(44.4%)이나 된다. 이 때문에 예약하고도 구경하지 못한 사람은 7461명에 달한다. 군사 상황 때문에 중단된 게 42일(61.7%)로, 3119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기상악화에 따른 중단은 26일(38.2%·4342명)이다.

안규정 화천군 관광정책과장은 “케이블카 시설이 군사지역에 있다 보니 관광 활성화에 타격이 크다”며 “관광객은 SNS에 명소에 다녀온 발자취를 남기고 싶어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을 경우 군사시설이 나오지 않는 각도를 지정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거나 출입 인원을 늘리는 방안 등을 마련해 달라고 군부대 측에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군부대 관계자는 “군 작전 등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곤 협조하고 있다”며 “현재 1회당 40명인 신청 인원을 80명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보안상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화천군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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