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NSC 창설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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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일본 정부가 미국 백악관의 국가안전회의(NSC)를 본떠 유사한 안보기구 창설 작업에 나섰다. 일본판 NSC 창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취임 전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건 사항이다.

일본 정부는 22일 NSC의 창설을 지향하는 관료.전문가 모임인 '국가 안전 보장에 관한 총리관저 기능강화 회의'를 출범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아베 총리가 의장을 맡고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국가안전보장 담당 총리보좌관, 야나이 슌지(柳井俊二) 전 주미대사, 사토 겐(佐藤謙) 전 방위청 차관 등 관료 출신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아베 총리의 복안은 NSC를 총리 직속 기구로 만들어 방위청.외무성과 내각 관방 등에 분산돼 있는 외교안보 정책의 사령탑 기능을 수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벤치마킹 대상은 대통령 직속으로 200여 명의 직원을 둔 백악관 NSC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는 취임 직후 고이케 안보담당 보좌관을 미국과 영국에 파견했었다.

일본 정부는 미.일 동맹의 강화 추세에 맞춰 이 기구에 미국 NSC의 상대 역할을 맡길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당선 직후 소신표명 연설에서 "관저와 백악관이 늘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틀을 갖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유기적 공동운영이 필요한 미사일 방어(MD) 체제 구축 등 군사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사한 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양국 간 핫라인도 양측의 NSC가 맡는다는 구상이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이것은 미국 측의 요청 사항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2일 '총리관저 기능강화 회의'의 역할이 NSC 창설 준비에 국한되지 않고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회의 멤버 가운데 한 명인 군사분석가 오가와 가즈히사(小川和久)는 "집단적 자위권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NSC에 참여한 사람들의 공통 인식이며, 이를 의제에 포함하면 이른 시일 안에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도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을 연구하겠다고 발언한 이상 이 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소신표명 연설에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여부와 관련한 개별적.구체적 사례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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