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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미세 퀀텀부터 우주 협력까지…업그레이드 된 한·미 동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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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발표한 ‘한ㆍ미 동맹 70주년 기념 한ㆍ미 정상 공동성명’은 양국이 그려나갈 한ㆍ미 동맹의 미래 청사진이 담겼다. 한국전쟁 때 피로 맺어진 군사동맹에서 2011년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따른 경제동맹으로 확대된 데 이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사이버ㆍ우주 동맹으로 또 한 차례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테마를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한ㆍ미 동맹’으로 잡았던 대통령실은 “두 정상 간에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정의로운 한ㆍ미 동맹’ 비전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형 확장억제 구체화 ▶경제안보 협력 ▶첨단기술 분야 협력 ▶미래세대 인적교류 기반 확충 ▶지역ㆍ글로벌 협력 등 5대 핵심 분야에서 다각적 미래 동맹 관계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ㆍ미 정상회담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ㆍ미 정상회담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눈에 띄는 대목은 한ㆍ미 동맹을 군사ㆍ경제 안보 등 전통적 의미의 전장(戰場) 영역에서 첨단기술ㆍ사이버ㆍ우주 등 신(新)전장 영역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올해로 70년을 맞은 한ㆍ미 동맹의 지평을 물리적으로나 공간적으로 한 차원 더 넓힌 셈이다.

◇첨단기술 동맹: ‘차세대 기술대화’ 창설

특히 양국은 첨단기술 동맹 강화 차원에서 이번에 ‘차세대 핵심ㆍ신흥 기술 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 기술 대화는 한국의 국가안보실장과 미국의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도하는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고위급 컨트롤타워로 첨단기술 협력을 총괄한다.

이 기구를 통해 양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디지털 경제, 퀀텀(양자)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도모하기로 했다. 대통령실과 백악관이 직접 첨단 과학기술을 챙기는 가운데 극미세 영역인 퀀텀부터 무한의 우주까지 광범위한 협력의 초석을 놓은 것이다. 기술 대화의 첫 회의는 올 하반기 열 예정이며, 매년 양국에서 번갈아가면서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와 관련해 전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아라티 프라바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한ㆍ미 양자 정보과학기술 협력 공동성명서’를 체결했다. 이 성명은 양국이 양자과학 연구를 위해 정부ㆍ민간 교류를 촉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자 연구 세계 정상인 미국이 주도하는 양자과학기술 동맹에 한국이 참여한다는 의미도 있다.

◇사이버ㆍ우주 동맹으로도 확대

동맹의 외연은 육ㆍ해ㆍ공 전장을 넘어 사이버ㆍ우주로도 확장된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동맹이 사이버 공간에 적용된다는 것을 인식했다”며 ‘한ㆍ미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를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사이버 적대세력을 억지하는 데 협력을 확대하고 핵심 기반시설의 사이버 안보를 강화한다는 목표다. 북한의 사이버 외화수익 차단을 위한 정보 공유도 넓히기로 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국은 또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의 동맹은 우주에도 적용된다”며 양국 간 상업 우주협력 강화를 촉구하는 한편 점증하는 우주 위험 및 위협에 대응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학기술정통부와 미 항공우주국(NASA) 간 공동성명을 통해 우주탐사 분야의 구체적 협력 기반을 마련하고 새로 설립되는 우주항공청과 NASA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양국은 한ㆍ미 상호방위조약의 사이버ㆍ우주 영역 적용과 관련한 구체적 협의에도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미래 세대 인적교류 확대

양국 간 인적 교류와 인문학ㆍ사회과학 및 과학ㆍ기술ㆍ공학ㆍ수학(STEM) 분야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협력을 심화하기로 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를 위해 양국은 총 6000만 달러(약 800억 원)를 공동 출연해 동맹 70주년을 맞은 올해를 기념하는 의미로 각각 2023명의 양국 학생을 지원하는 ‘한ㆍ미 이공계 청년 특별교류 이니셔티브’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ㆍ미 동맹의 향후 70년을 생각하는 측면에서 교류 확대 등 미래 젊은 세대 투자를 키운 것은 취지가 좋고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한ㆍ미 동맹, 글로벌 동맹으로 새 출발”

한ㆍ미 동맹의 성격은 ‘글로벌 동맹’으로 넓혀진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한ㆍ미 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규정하며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인 한ㆍ미 동맹은 글로벌 리더로서 한반도를 훨씬 넘어 성장해 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대북 문제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 원자력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에너지 안보 위기 극복, 탄소중립 목표 달성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소인수 회담에서 “(이번 회담은) 한ㆍ미 동맹이 글로벌 동맹으로 새 출발하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한 ㆍ미 정상 소인수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한 ㆍ미 정상 소인수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국은 또 반도체를 포함한 청정 에너지와 첨단산업 등 호혜적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경제안보 협력도 증진하기로 했다. 이밖에 글로벌 자유ㆍ평화ㆍ번영에 공동 기여하는 미래 동맹상을 구현하는 의미에서 차기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는 등 지역ㆍ글로벌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 성과와 관련해 “굳건한 군사ㆍ안보 협력을 바탕으로 경제안보와 기술혁신이 국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 간 포괄적 분야의 전략적 협력을 본격 강화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한ㆍ미 동맹의 전략적 강화에 집중된 나머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종합적 전략이 보이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는 얘기도 나온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동맹 강화나 북핵 저지는 분명히 성과가 있었다”면서도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시 중국과 러시아에도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어떤 반응을 낼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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