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간호법 중재안을 거부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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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

지난 4월 1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간호법의 안건 상정과 표결이 또다시 27일로 연기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간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간호법안 대안은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당정이 제시한 간호법 중재안은 한마디로 간호법의 핵심인 목적과 업무를 훼손했다. 더욱이 본회의를 이틀 앞두고 급조된 졸속법안이다. 그런데 이 같은 간호법 중재안에 대한 추가적인 협의를 강요하는 것은 여야 합의로 마련된 간호법안(대안)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여당과 정부에 묻고 싶다. 왜 추가적인 논의와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누구를 위해 지난 2년간 공청회, 4차례의 강도 높은 법안 심의를 통해 모든 쟁점을 고려해 여야 합의로 마련된 간호법안을 재차 논의해야 한다는 것인가?

대한의사협회의 대표적인 간호법 반대 논리는 ‘지역사회’라는 이 문구 때문에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개원할 수 있고, 의사의 업무인 진료 영역을 침범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날조된 가짜뉴스다. 의료법 제33조(개설 등) 제2항에 따라 “의사는 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정신병원 또는 의원을, 치과의사는 치과병원 또는 치과 의원을, 한의사는 한방병원·요양병원 또는 한의원을, 조산사는 조산원만을 개설”할 수 있다. 간호사는 개설권이 전혀 부여되지 않는다. 이 점은 보건복지부도 직접 확인해 준 사실이다. 그러므로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간호법에 ‘지역사회’ 문구가 있어도 간호사 개원은 절대로 불가하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삭제는 학교보건법에 의한 보건교사, 노인장기 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등 이미 90여 개 각종 간호 관계 법령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7만 여 간호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는 말인가? 국민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의사단체를 위해서인가? 의사협회는 간호사가 의사가 되기 위해 간호법을 제정하려 하고, 간호법이 제정되면 보건의료체계가 붕괴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이제 간호법이 제정되면 집단 진료거부를 다시 시도하겠다고 한다. 이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겁박이자 극단적인 집단이기주의다.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친 간호법 대안에 대해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갑자기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합의를 종용하는 것은 여야 합의 조정안인 간호법 대안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자, 국민의힘이 약속한 간호법 제정 공약을 파기하는 것이며 의사협회의 일방적인 주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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