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6년 만에 월 생산 40만대를 회복했고, 수출은 기록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가파른 실적 증가가 자동차 산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모양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자동차 생산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6%, 국내 판매 대수는 19.6%, 수출 대수는 48% 각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3월 한 달간 생산량은 부품 공급 정상화 등에 힘입어 41만대에 육박했다. 월 생산 40만대를 넘어선 건 2017년 3월(40만7000대) 이후 처음이다. 내수 판매는 대기 수요 등을 바탕으로 생산이 늘면서 증가세를 보였다.
수출액은 65억2000만 달러로 2월(56억 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 달 동안 해외로 수출된 자동차 26만2000대는 2016년 12월(29만8000대) 이후 6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특히 대당 단가가 높은 친환경차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지난달 친환경차 수출량은 신차 효과 등으로 사상 처음 7만 고지를 넘어서며 7만2000대를 기록했다. 수출액도 22억7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K-친환경차’는 당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우려가 나왔던 미국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IRA 세액공제 적용 직후 주춤했던 미국 내 전기차·수소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매출은 지난해 12월부터 회복세가 뚜렷하다. 이들 차량의 3월 대(對) 미국 수출량은 1만4400대로 월간 기록을 세웠다. 이는 북미산이 아니라도 IRA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리스 등 상업용 차량 판매 비중이 지난해 5%에서 올 1분기 28%(잠정치)까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17일 현대차와 기아에 따르면 지난 1∼3월 양사 합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3만5499대로 전년 같은 기간(7만6802대)보다 76.4% 늘었다. 내수는 3만982대로 지난해 1분기(2만2768대)보다 36.1% 증가했으나, 해외 판매량이 10만4517대로 전년 동기(5만4034대) 대비해 93.4% 늘어 증가 폭이 컸다.
주요 차종별로 판매량이 고른 것도 특징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2만3454대)와 기아 EV6(2만1855대)가 각각 1분기 해외 판매 2만 대를 넘었다. 기아 니로 EV(1만9207대)와 현대차 아이오닉6(1만5010대)도 1분기 해외 판매 1만 대를 돌파했다.
최근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은 새로운 무역 버팀목 역할도 해주고 있다. 자동차 수출은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1~10일에도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39.8% 감소했지만, 승용차는 64.2% 늘었다.
전망도 밝은 편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를 합산한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는 58만8000대로 지난해 판매 대수(약 37만1800대)보다 20만 대 이상 많다.
다만 국내 경기 하강 같은 내수 변수, 미국 IRA나 배출가스 규제 등 통상 이슈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IRA 시행에 전기차 리스 판매를 늘려 대응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는 세제 혜택 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내년 말 현대차 미국 공장의 생산이 시작되기 전까진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