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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 부리는 미세먼지, 뇌졸중·관절염까지 부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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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5호 28면

생활 속 한방

따뜻한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 방역지침이 해제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벗지 못한다. 실제로 우리 국민의 미세먼지 걱정은 매우 진지하다. 국민 82.5%가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는 통계청의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이는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54.9%)보다도 높은 것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 수준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세먼지와 사는 ‘호모 더스트쿠스’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적응한 인간형을 일컫는 ‘호모 더스트쿠스(Homo dustcus)’란 용어도 등장했다. ‘인간(Homo)’과 ‘먼지(Dust)’, 포유류를 뜻하는 라틴어 접미사 ‘쿠스(cus)’를 합성한 말로, 미세먼지로 점령당한 일상에서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필수품으로 챙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떠다니는 한 없이 작은 입자다. 지름이 10㎛ 이하인 미세먼지와 2.5㎛ 이하인 초미세먼지로 구분된다. 이 미세먼지는 자동차 배출가스, 산업 활동, 화력 발전소 등 인공적인 원인과 황사, 화산재 등 자연적인 원인으로 발생한다. 최근 봄이 찾아오며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한반도 상공의 공기 순환이 정체되고 이에 따라 도심지를 중심으로 미세먼지의 농도가 짙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늘어난 미세먼지는 호흡기와 혈관을 통해 몸에 침투해 다양한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미세먼지가 체내에 들어오면 여러 장기에서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세포 노화 및 염증반응을 촉진한다. 이는 조직 손상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작용은 혈류를 따라 전신에서 작용한다. 질병관리청의 ‘미세먼지의 건강영향과 건강보호 수칙’ 연구논문에 따르면 입자가 작은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거쳐 폐 등에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체내로 들어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고 있다.

체내로 이동한 미세먼지는 혈관 등에도 자극을 줘 심근경색과 부정맥,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킨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발생 위험도는 80%, 뇌졸중은 20% 높아진다. 심혈관 질환 연관 사망률은 최대 76%까지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해외 연구에서도 마찬가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구 보고서에 따르면 수개월 이상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심장 질환 및 폐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최대 1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가 다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들은 미세먼지를 더 주의해야 한다. 특히 노인의 경우에는 이미 심혈관 등 질환을 가지고 있음에도 인지하고 있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경각심이 요구된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은 심뇌혈관 질환 발생의 위험을 고려해 대사증후군이나 당뇨병 환자에게 가급적 미세먼지에 노출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영향받는 부위나 정도에 따라 다양한 증상과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호흡기, 피부, 안구 등에 이상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이 대표적인데, 특히 혈관기능장애의 경우 가슴 압박감, 가슴 통증,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이한 것은 혈관기능장애가 발생하면 근골격계 질환도 동시에 악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연골 자체에는 혈관이 분포하지 않지만 주변부 혈액이 순환하며 관절 건강에 필수적인 관절액 분비 등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혈액 순환에 지장이 오게 될 경우 뼈 사이에 위치한 연골과 주변 조직의 영양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 그 결과로 관절 퇴행은 가속하고 근육 및 관절 통증, 무력감, 근육 경련 및 변형, 경직 등이 나타나 삶의 질을 떨어트린다.

고혈압 동반 관절염 땐 한방치료를

실제로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한 연구논문에서도 심혈관 질환이 근골격계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과 고혈압이 없는 집단의 무릎관절염 유병률 값(오즈비)을 1로 보았을 때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의  오즈비는 각각 1.26과 1.19로 더 높은 결과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혈관계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연골이 혈액으로부터 산소와 영양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관절의 퇴행이 가속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혈액 순환 문제 해결에는 한방치료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또한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증상에는 배, 도라지, 오미자, 맥문동, 모과 등을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한방에서는 앞선 약재들을 혼합해 조제한 보원고가 기관지 증상에 널리 처방되고 있다. 혈액 순환 문제로 고혈압 같은 기저질환을 동반한 관절염이 악화하고 있다면 적절한 한방치료를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연골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상황을 줄이려는 생활 속 노력 또한 필요하다. 실내에서도 창문을 닫아 미세먼지 침투를 막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거나 미세먼지를 포집하는 식물을 두어 실내 공기 질을 개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가급적 실외보다는 스트레칭 같은 가벼운 실내 운동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평소 ‘대추혈(大椎穴)’ 지압이 도움될 수 있다. 목덜미 뼈가 가장 높게 튀어나온 곳 바로 아래 자리 잡고 있다. 검지와 중지로 주위를 부드럽게 누르거나 문지르며 15초간 지압하면 신진대사를 촉진해 면역력 관리에 효과적이다.

불가피하게 외출이 필요하다면 덴탈마스크보다는 효과적으로 미세먼지를 차단해 줄 수 있는 KF80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자. 더불어 이동할 때는 차량이 많은 도로변은 피하는 걸 추천한다. 넓은 도로에서는 타이어나 브레이크 마모로 인해 미세먼지가 지속해서 발생하므로 다른 곳에 비해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오면 곧바로 손과 얼굴을 씻는 것도 잊지 말자.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극복을 위해 사회 구조적 변화와 더불어 개인의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에 의료진으로서 첨언한다면 그 과정에서 건강을 챙기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함께 노력해 ‘호모 더스트쿠스’의 시대를 빠르게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윤문식 수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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