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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슈가’ 음료·스테비아 식품 과식 땐 소화불량 부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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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9호 28면

생활 속 한방

요즘 할인마트에 가면 스테비아 토마토·수박 등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대체당 과일과 채소들이 잔뜩 진열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국화과 허브 식물인 스테비아는 잎과 줄기에 단맛이 나는 ‘스테비오사이드’를 함유하고 있어 설탕초라고도 불린다. 설탕보다 몇백 배의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는 설탕의 1%에 불과하고 혈당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테비아뿐만 아니라 알룰로스, 수크랄로스 등이 첨가된 ‘대체당 식품’, 즉 설탕을 대신할 수 있는 감미료를 이용한 식품은 이미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제로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무설탕 초코파이·커피 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무설탕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약 2189억원으로 5년 전보다 142% 커졌다.

대체당 과자류도 칼로리 큰 차이 없어

대체당에 이어 탄수화물을 대체하는 식단도 인기다. 밥 대신 곤약을 먹는 식이요법이 대표적이다. 곤약은 포만감은 높은데 칼로리는 낮아 다이어트에 나선 사람들이 사랑하는 식재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대체식품을 섭취하다 보면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소화 장애를 꼽을 수 있다. 곤약은 구약감자를 활용해 만든 식품으로 식이섬유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는 곤약을 많이 섭취할 경우 식이섬유가 과다해 구토나 복부팽만, 위경련까지 일어날 수 있다. 한방에서도 곤약은 찬 성질을 가진 식품이라 몸이 찬 사람에게는 지나친 섭취를 지양하길 권장한다. 스테비아 또한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뇨작용을 촉진하는 만큼 신장이 좋지 못한 사람이 섭취하면 요소 농도가 높아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구토, 설사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대체당이 들어간 탄산음료도 마찬가지다. 대체 감미료가 대중들에게 처음 소개됐을 당시 근거 없이 괴담처럼 돌던 부정적 인식은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이러한 감미료들이 되레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감미료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가 부재한 상황이라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장내 유산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대체 감미료의 하루 섭취 허용량을 정하고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알룰로스와 스테비아의 1일 섭취 허용량은 각각 54g, 50g이다. 하루 한두 캔 수준은 상관없지만 5캔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조심할 필요가 있다.

최근 소화불량 환자는 지속해서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소화불량 환자는 2016년 약 60만2998명에서 2021년 70만 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습관, 자극적인 배달음식 섭취의 증가 등 다양한 요소가 존재하지만 과다한 대체식품 섭취 습관 또한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식습관 관리 외에도 소화불량을 개선하는 좋은 방법으로는 운동이 있다. 활동량이 적은 저녁에는 짧게라도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식후 20~30분 정도 쉰 뒤 가벼운 산책으로 몸을 움직이면 소화불량 개선에 도움된다. 음식을 먹은 뒤 과격하게 운동하면 위장으로 갈 혈류가 팔, 다리로 가게 되면서 오히려 소화불량을 초래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한약·침 치료도 소화불량 개선에 도움

한약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창출, 백출 등 한약재로 조제한 분소산과소체환이 대표적이다. ‘정로환’은 대중들이 설사로 많이 찾는 약으로 한약재 진피(귤껍질) 성분이 활용됐다. 진피는 정유(精油)와 플라보노이드(Flavonoid)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위장기능 개선에 효과적이다. 진피의 약효성분은 소화액의 분비와 위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해 먹는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아 생기는 식체를 해결하는 데 도움된다. 한약 외에도 소화 개선 효과를 내면서 최소한의 부작용을 보이는 치료법이 있다. 바로 침 치료다. 손과 발에 있는 합곡, 태충, 족삼리혈에 자침하면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침 치료의 소화불량 개선 효과는 국내외 과학적인 연구로 입증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 세계소화기학회에 소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화불량의 증상 및 삶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설문 NDI-K(Nepean Dyspepsia Index-Korean version)를 시행한 결과, 침 치료군은 치료를 받지 않은 대조군보다 60% 더 나은 호전율을 보였다. 또한 복부 불편감과 타는 느낌, 식후 더부룩함 등의 증상도 개선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10년간의 자료를 바탕으로 임산부 침 치료 안전성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산부들은 일반적으로 약물에 민감해 소화불량이나 요통이 있어도 치료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영국왕립산부인과학회에서 발간하는 SCI(E)급 저널 국제산부인과학술지(BJOG)에 소개된 이 연구논문에는 임산부가 소화불량, 요통을 이유로 침 치료를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대체당 식품에 대해서 살펴봐야 하는 부분은 칼로리다. 소비자들은 무설탕 혹은 제로라는 문구를 보고 칼로리가 없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알코올도 칼로리가 존재하며 당 성분을 없앤 소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체당 소주의 칼로리(약 330㎉)는 공깃밥 한 그릇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체당 과자류도 당류를 제거했을 뿐 다른 재료들은 그대로다. 칼로리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섭취량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설탕 대체재로 감미료를 사용할 때도 한 번쯤 해당 성분의 유의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스테비아의 경우 국화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두드러기 등이 생길 수 있다. 독일 연방위해평가원(BfR)에 따르면 수크랄로스 함유 식품을 가열할 경우 유해 화합물이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적절하게 대체당 식품을 섭취하는 것은 다이어트 및 건강 관리를 지속해서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준다. 대체당 식품을 적절히 섭취하면서 욕구를 일부 해소하고 식단을 관리하는 것이 긍정적일 수 있다. 다만 극단적인 식단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운동량을 늘리고 생활습관 개선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기회를 놓치고는 한다. 따라서 조금 더 섬세하게 자신의 체질과 건강 상태를 고려해 적절히 음식을 섭취하는 등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염승철 광주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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