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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풀러 간 캠핑, 텐트 대충 치면 되레 허리병 생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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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3호 28면

생활 속 한방

더워지는 날씨와 더불어 캠핑 열기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 캠핑 인구는 700만명 시대를 맞이했다. 한국관광공사,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캠핑 인구는 2019년 약 530만명에서 2020년 약 680만명으로 증가했고 2021년에는 700만명을 넘어섰다. 캠핑 시장 규모도 점점 증가해 6조3000만원대를 기록했다.

캠핑의 인기는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MZ세대에게는 등산이나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을 할 때 착용하는 고프코어룩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생각을 비운 채 장작불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는 ‘불멍’이나 ‘먹캠핑(먹는 캠핑)’도 마찬가지로 MZ세대가 선호하는 활동이다. 40~60대 신중년 세대도 캠핑에 관심이 많다. 한 시장조사 업체가 4060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약 80%가 ‘최근 1년 이내에 캠핑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침 치료, 부작용 없이 허리 통증 완화

캠핑 의자에 앉아 자연 속 여유를 즐기고 텐트에 누워 있으면 주중에 쌓였던 스트레스와 피로가 풀리는 걸 느낄 수 있다. 특히 우거진 숲속 나무는 피톤치드를 방출한다. 이는 체내의 독소배출과 혈액순환, 신진대사 촉진,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자칫 방심하다가는 척추 질환 등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위험이 있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먼저 장시간 한 자세로 앉아있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앉은 자세가 척추에 되레 부담되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척추외과 전문의 알프나헴슨(Alf Nachemson)의 연구 결과 서 있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 척추에 더 큰 하중이 가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리 통증을 막기 위해선 누울 자리 선정에도 신중해야 한다. 어서 쉬고 싶은 마음에 대강 텐트를 설치한다면 야영 후 아침에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취침하는 동안 우리 몸은 주간에 받은 피로를 해소하고 뒤틀렸던 신체의 균형을 되찾는다. 하지만 춥고 습한 곳에서 잠을 잘 경우에는 척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습기 또한 허리 통증을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습기는 근육과 조직의 기능에 혼란을 일으키고 신체 내 혈액 순환을 방해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한기와 습기로 인한 허리 통증을 한(寒)요통과습(濕)요통이라 부른다. 요통이 지속하면 통증으로 인해 평소 자세가 흐트러지게 되고 허리에서 골반 등으로 이어지는 신체 균형이 깨진다. 신체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강한 압력이 척추에 가해질 경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대형 텐트 등 캠핑 도구들은 20㎏의 무게를 상회한다. 이런 무거운 짐을 허리 힘만으로 들어 올리면 자칫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이어질 수 있다.

허리디스크는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위치의 디스크가 터졌는지, 신경을 압박하는 정도는 어떤지, 염증은 얼마나 발생했는지에 따라 증상은 가지각색이다. 허리 통증 없이 다리 저림 증상만 나타나기도 하고 허리 통증과 엉치,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방사통이 느껴지기도 한다. 심할 경우에는 통증으로 보행조차 불가한 환자들도 있다. 만약 허리디스크를 방치한다면 신경이 손상을 입을 수도 있기에 조속히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한의학에서는 환도, 위중, 협척 등 주요 혈자리에 침을 놓아 허리디스크를 치료한다. 침 치료는 추간판이 제자리를 이탈하며 과도하게 굳어버린 주변 근육과 인대를 이완시키고 정체된 혈액 순환을 해결해 빠른 통증 완화 효과를 보인다. 또한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침 치료는 마취, 절개 등의 침습적 치료 부작용에 민감한 이들에게 더욱 추천하는 치료다. 여기에 한의사가 직접 환자의 틀어진 근육과 관절을 밀고 당겨 교정하는 추나요법과 천연 한약재의 성분을 정제해 병변 부위에 직접 주입하는 약침 치료를 병행하면 더욱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침 치료의 효과는 다양한 국제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는 등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요통 환자가 침 치료를 받을 경우 수술률이 36% 감소했으며 나이가 많을수록 수술률은 더욱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건강보험공단의 통계자료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최근 2년 동안 없던 요통이 발생한 26만여명을 침 치료를 받은 군과 그렇지 않은 군으로 나눠 이후 2년간 요통 수술률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침 치료군의 요추 수술 위험비는 0.633으로 침 비치료군에 비해 수술 확률이 약 36% 낮은 결과를 보였다. 70대 연령층에서는 요추 수술을 받을 확률이 53%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빨리 침 치료를 받을수록 수술 위험비 수치가 감소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무거운 짐 들 땐 허리 대신 무릎 굽혀야

치료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예방이다. 요통을 초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거함으로써 애초에 치료를 받을 일을 없애는 것이 현명하다. 장시간 운전하며 캠핑장으로 떠날 땐 우선 운전석 시트를 90도에서 100도 정도로 세우고 무릎은 60도 각도로 맞춘다. 또한 목과 허리에 쿠션을 두르면 척추의 S자 곡선을 유지하는 데 도움된다. 이는 척추를 지지하는 힘을 증가시키는 효과로 이어진다. 휴게소, 졸음쉼터 등 중간에 정차해 가볍게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다. 이를 통해 경직된 근육과 관절을 이완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면 디스크에 지속해서 가해지는 부담을 덜어냄과 동시에 허리 통증을 예방할 수 있다.

텐트를 칠 땐 평평한 바닥을 찾거나 평탄화 작업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누웠을 때 척추에 가해지는 하중이 고르게 분산된다. 또한 단열과 습기 차단에 효과적인 방수 깔개를 바닥에 펴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매트리스나 이불 등을 두껍게 깔아 푹신한 바닥을 만드는 게 좋다. 체온 유지를 위해 옷을 단단히 입고 취침하는 것도 잊지 말자. 짐을 들어 올릴 때에는 허리를 굽혀 물건을 잡기보다 무릎을 굽혀 앉은 뒤 허벅지 힘을 사용해 일어나야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수면할 때에도 똑바로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잠들어야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된다.

기쁜 마음으로 놀러 나섰다가 되려 건강을 다치는 것만큼 속이 상하는 일은 없다. 첫째도 둘째도 안전에 유의해 모처럼 나선 즐거운 나들이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자.

김상돈 해운대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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