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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젊다는 생각, 열대야에도 꿀잠 부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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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7호 28면

생활 속 한방

기후 위기의 영향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점점 빠르게, 자주 오고 있다. 작년에는 100년이 넘는 기상 관측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 지역 6월 열대야’가 발생했고 올해도 이 현상이 이어졌다. 열대야 일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1981년부터 1990년까지 연평균 약 4일에 불과했던 열대야 일수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에 이르러 평균 9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열대야(熱帶夜)’는 일본에서 처음 쓴 용어라고 한다. 일본 기상청 예보관 출신의 기상캐스터가 사용한 용어인데 이후 일본 기상청이 ‘하루 최저 기온이 25도인 날’로 정의하며 공식화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개념을 들여와 사용하다 2009년 기상청이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 사이의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것’을 열대야라고 재정의했다. 온도가 높으면 밤에도 뇌가 각성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잠이 잘 안 오게 되는 것이다.

하루 8시간 못 자면 뼈에 악영향

양질의 수면을 하지 못하면 신체는 낮에 받은 피로를 풀고 손상된 신체를 회복하는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 신경과학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수면장애가 있는 경우 체내에 염증이 있음을 나타내는 염증 지표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염증은 통증과 관계가 깊다. 특히나 밤에는 염증을 악화시키는 사이토카인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통증이 증가하게 된다.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다수의 환자가 밤에 통증으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하는데 더운 날씨뿐만 아니라 야간통도 숙면을 방해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곤 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수면 부족은 기존 질환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질환을 초래하기도 한다. 만약 하루 8시간 정도의 적절한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뼈 건강에도 악영향이 간다. 뼈를 재생산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칼시토닌’ 호르몬 분비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칼시토닌은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와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 사이에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칼시토닌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뼈를 이루는 칼슘이 빠져나오면서 뼈가 얇아지고 잘 부러지게 되는 것이다. 설상가상 몸에 칼슘이 부족해지면 또다시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악순환의 원인이 된다. 칼슘이 부족하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불안, 흥분 등 감정이 쉽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국 건강을 해치는 악순환을 끊어주기 위해선 생활 습관 개선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거창한 계획이나 실천이 아닌 건강하고 젊게 살려고 하는 생각만으로도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수면학회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주관적 나이가 많다고 느끼는 응답자는 어리거나 같다고 느끼는 응답자에 비해 잠이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8%가량 긴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효율에서도 마찬가지로 스스로 어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적절한 실내온도와 신체활동도 숙면에 영향을 미친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고 열대야가 심한 날에는 적절한 냉방을 가동하는 것이 컨디션 관리와 수면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될 수 있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 덥다는 이유로 실내에서 에어컨만 쐬고 있는 것은 지양하자. 해가 강하지 않은 이른 저녁 시간에라도 가볍게 산책을 해주는 것이 수면과 건강에 긍정적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칼슘과도 관련이 깊다. 칼슘은 영양제 섭취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햇살을 쐬며 비타민 D를 합성해 칼슘의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것을 권장한다.

더운 날이면 자주 찾는 시원한 음료도 가려 섭취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이 많이 포함된 커피, 또는 탄산음료의 경우에는 칼슘 흡수를 방해하고 소변으로의 배출을 촉진하므로 지양하자. 그보다 칼슘, 마그네슘, 칼륨, 엽산 등 영양소를 함유한 캐모마일 차 또는 염증을 줄여주는 비타민 C와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포함된 키위주스를 추천한다. 키위에는 수면을 돕는 세로토닌도 들어있다.

수면 전 더위를 떨쳐내려는 행동들도 오히려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시원한 맥주를 즐긴다거나 찬물로 샤워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알코올이 몸에 들어가면 억제성 신경전달 물질인 ‘가바’가 활성화돼 신체가 진정 및 이완된다. 덕분에 술을 마시면 빨리 잠들 수 있다. 하지만 수면으로 들어가는 시간만 단축될 뿐이다. 수면 직전 냉수샤워 또한 오히려 체온이 올라가고 교감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숙면을 방해한다. 따라서 취침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간단하게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잠자기 전 찬물 샤워·맥주 피해야

생활 습관 관리와 더불어 전문적인 의학의 도움을 받는다면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침 치료가 불면증 치료에 많이 활용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고함량 카페인을 투여해 과각성 상태를 만든 쥐에게 침 치료를 실시하자 수면에 영향을 주는 소포체 스트레스가 완화됐으며 렘수면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통에 시달리는 척추·관절 환자들에게는 맞춤형 한약 처방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산화의학과 세포 수명(Oxidative Medicine and Cellular Longevity)’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천수근이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세포 회복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수근은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널리 쓰이는 처방인 청파전의 주요 약재다.

연구팀은 손상된 쥐의 척수 세포에 천수근을 3가지 농도로 나눠 처리한 뒤 관찰했다. 그 결과 천수근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신경돌기가 끊어지거나 사멸된 세포들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동물실험에서도 천수근이 면역 작용을 촉진해 염증반응이 억제된 결과가 확인됐다.

최근 만 나이 도입으로 전 국민이 1~2살 어려졌다. 이번 기회에 젊고 건강하게 생활하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폭염과 열대야 때문에 몸이 쉬이 늘어지더라도 오늘부터 만큼은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생각으로 몸을 일으켜 보자.

김동우 울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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