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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풀려고 먹는 매운 음식, 골치 아픈 고혈압 유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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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호 32면

생활 속 한방

한국의 매운 떡볶이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NBC에서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떡볶이 밀키트 판매량을 보도할 정도다. 실제로 국내 한 떡볶이 업체의 경우 미국 현지에 납품하고 있는 제품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450% 넘게 증가했다고 한다. 현지 매체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국 문화에 대한 젊은 층의 늘어난 관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BTS 지민이 서울 동대문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SNS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는 것. #K타운스파이시챌린지(#ktownspicychallenge)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매운 떡볶이 등을 먹는 인증 영상이 연일 SNS를 장식했던 점도 언급됐다. 또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의 떡볶이 전문 식당들이 성행하며 매장을 늘리는 등의 이야기도 함께 소개됐다.

2030 고혈압·척추질환 크게 늘어

어느새 매운 음식은 한국인의 입맛을 대표하게 됐다. 매운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맵부심(맵기+자부심)과맵찔이(매운 음식을 못 먹는 사람)과 같은 관련 신조어들도 나타났다. 떡볶이 외에도 마라탕과 라면, 치킨, 족발 등 매운맛을 특징으로 하는 음식이 인기를 끌거나 기존 음식에 매운맛을 가미한 제품들이 인기를 받아왔다. 매워지는 한국인의 기호를 따라가기 위해 제품이 개편된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1988년 출시해 35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는 한 라면 제품은 2013년 리뉴얼을 통해 매운맛을 강화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러나 문제는 매운 음식이 보통 짜고 달며 기름지다는 것이다. 특히 높은 나트륨 함량은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고혈압은 동맥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상태로 18세 이상의 성인에서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확장기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다.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세포 속 수분이 혈관으로 유입되면서 혈관에 수분량이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하게 되면서 고혈압이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일일 권장 나트륨은 2000㎎인 반면, 유명 떡볶이 업체 밀키트 제품의 나트륨 함량은 이를 쉽게 상회한다.

또한 많은 이들이 매운 음식을 먹을 때 탄산음료나 단 주스를 곁들이는데 이 또한 고혈압 위험을 높이는 습관이다. 대한가정의학회지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당분이 함유된 음료를 자주 섭취하는 그룹의 고혈압 발생 위험이 전혀 마시지 않는 그룹보다 10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한국인들이 매운 음식을 즐기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꼽는다. 실제 멕시코 콜리마대학교 연구결과에서도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등의 성분이 뇌 수용체를 활성화해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매운 음식은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양상을 보인다. 학창시절부터 취업까지 치열한 경쟁을 하며 쌓여온 스트레스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2021년 서울시가 발표한 세대별 스트레스 지수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스트레스 지수는 각각 37.9%와 36%로 1,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같은 시기 20대 고혈압 환자 수 또한 큰 수치를 기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살펴보면 2021년 20·30대 고혈압 환자는 약 25만명으로 4년 새 30%가량 증가했다.

고혈압은 근골격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고혈압 환자일수록 근골격계 통증을 덜 느낀다는 연구 보고가 대표적이다. 근골격 손상에도 불구하고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해 구조적 손상이 진행될 때까지 방치할 위험이 큰 것이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20세 이상 남녀 1만712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혈압이 높을수록 허리와 무릎 통증을 느낄 확률이 약 20%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논문은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SCI(E)급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됐다.

특히 20·30대는 고령 환자보다 질환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다 보니 치료를 받지 않는 일이 많다. 또한 최근 20·30대의 척추질환 발생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인 만큼 고혈압과 허리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척추질환 신규환자 118만여 명 중 20·30대 비중이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침, 허리디스크 치료 효과 입증

대표적인 척추질환으로는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를 꼽을 수 있다. 충격이나 잘못된 자세 등으로 인해 허리에 강한 압력이 가해지면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가 손상을 입고 취약해진다. 특히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인지하지 못하고 취약해진 허리를 방치하면 척추뼈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돕는 디스크(추간판)가 제자리를 벗어날 위험이 더욱 커진다. 허리디스크는 방치될수록 전신 불균형과 함께 마비 등 신경 증세를 심화하기 때문에 사전에 점검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허리디스크 치료에는 침·약침을 중심으로 하는 한방통합치료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먼저 신수혈과 협척혈 등 주요 혈자리에 침을 놓으면 손상을 입어 과도하게 긴장한 근육을 이완시킨다. 여기에 천연 한약재 성분을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을 병변 부위에 직접 주입하면 더욱 빠른 염증 제거 효과를 볼 수 있다. 주요 약침으로는 신바로약침과소염약침, 중성어혈약침 등이 있다. 특히 신바로약침은 뼈 신경재생, 세포보호 효과를 지닌 신바로메틴 성분을 함유해 허리디스크 치료에 널리 쓰이고 있다. 신바로메틴은 항염증과 척추관절질환 치료 효과가 있는 핵심 성분임이 입증돼 2003년 미국 물질특허를 획득했다.

치료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은 내 몸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조기에 진단받는 일이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허리 통증뿐만 아니라 엉덩이와 다리까지 이어지는 방사통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고혈압으로 인해 척추뼈가 틀어지고 있음에도 통증을 느끼지 못할 경우 중증이 돼서 갑작스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질환의 발전을 막기 위해서는 신체 균형이 틀어지지 않았는지 주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보통 정기검진의 주기를 2년으로 설정하는데 노령 또는 여타 성인병이 있는 고위험군은 1년 주기로 검진을 더 자주 받는 것이 좋다.

고혈압의 주요 원인인 식습관에 대한 관심도 빼놓을 수 없다.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보다는 채소와 과일 섭취 등 비 가공식품 위주로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려는 노력도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음식을 섭취해 풀기보다는 운동으로 해소하는 것을 권한다. 금연도 필요하다. 니코틴은 일시적으로 혈압과 맥박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매운맛은 중독성이 있다. 가끔 즐기면 일상의 활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내 몸과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조절할 수 있도록 하자. 일탈로 인해 내 몸이 망가진다면 다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으니 말이다.

박경수 평촌자생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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