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overStory] 핫도그 팔던 자리가 카페테리아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크기는 구멍가게인데 세련된 간판과 매장, 그리고 '24시간 연중무휴'라는 당시로선 획기적인 점포 운영으로 세간의 화제였다. 일부러 새벽에 찾아 와 핫도그를 사먹던 가족들, 세숫대야만 한 컵에 콜라 같은 탄산음료를 가득 담아 마시기 위해 방과 후 발길을 돌린 중.고교생들로 한동안 북새통이었다. 초창기 매장은 편의점의 원조격인 미국 방식을 그대로 따왔다. 그러나 17년 만에 새 단장을 한 지금 예전의 모습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것 역시 한국의 풍토에 맞게 '진화'한 것이다.

◆빅 바이트 대신 삼각김밥= 무엇보다 크게 변한 건 인기 상품의 순위다. 초창기 식품 중에 당시 가장 잘 팔리던 게 빅걸프.슬러피.빅바이트다. 패스트푸드점에만 있던 소다머신을 매장에 설치해 직접 컵을 들고 탄산음료를 담아 마시게 한 빅걸프와 슬러시 스타일의 빙과류인 슬러피는 어린 학생들 간에 대단한 인기였다. 매장 직원이 직접 만들어 주는 핫도그 빅바이트 역시 곧잘 줄을 서게 만들었다. 그러나 빅걸프를 제외하곤 모두 자취를 감췄다.

92년 이곳 점장이던 최경호 코리아세븐 영업팀장은 "요즘은 삼각김밥.샌드위치 같은 신선식품과 요거트 등 유제품이 이 자리를 대신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올림픽점에서 팔리는 신선식품은 전체 매출액의 10%에 가깝다. 매출 비중이 높아지니 진열 위치도 눈에 가장 잘 띄면서 넓은 공간을 차지했다.

◆17년간 꾸준히 진화= 89년 당시 전국적으로 7개에 불과했던 편의점은 올 10월말 현재 9830개가 세워져 1만 개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일본 편의점 등의 영향으로 상품 구성이나 진열 구조가 초창기와는 완전 딴판이 됐다. 97년 각종 공공요금 수납 대행과 버스카드 충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택배 서비스, DVD 대여, 프로야구 입장권 발매 등 그 영역을 크게 넓혀가고 있다.

2000년에 시작된 자체 브랜드(PB) 상품 개발도 활발하다. GS25의 '공화춘 자장면', 훼미리마트의 '천냥 김밥', 세븐일레븐의 '미스터리 김치라면' 등 각 업체별 PB 상품은 무려 1500종에 이른다. 매장 컨셉트도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GS25는 5월 야채.양곡.포장육 등을 파는 '수퍼형 편의점'을 서울 신림동에 냈다. 세븐일레븐은 9월 남영점을 카페형으로 개조해 매장 안에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하고 커피.쿠키 등을 팔고 있다. 전동석 코리아세븐 상품본부장은 "한 종류만 고집하지 않고 각 지역 특성에 맞게 편의점을 다양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