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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포탕? 용산탕" 비아냥 속…중도·수도권·청년 뼈아픈 이탈 [김기현 체제 한 달]

중앙일보

입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단숨에 과반을 넘어 집권 여당의 사령탑이 된 김기현 대표가 7일 취임 한 달째를 맞았다. 김 대표의 한 달은 ‘이준석 사태’로 리더십 공백 상태에 있던 국민의힘을 8개월 만에 정상화시켰다는 긍정적 평가와 당의 외연 축소로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당·정·대의 유기적 소통 강화다. 당내 주류인 친윤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당원 투표 100% 방식으로 선출된 김 대표는 여권 핵심부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이준석 전 대표 시절 붕괴된 당·정·대 신뢰 관계를 재구축하고 소통 창구를 복원하는 데 진력했다. 새 지도부 선출 닷새 만인 지난달 13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매달 2회 정기회동을 약속하는 등 ‘당·정 일체’를 강조했다.

동시에 민심 변화에 민감한 여당이 정책 주도권을 갖고 정책 협의를 활성화하는 데도 힘을 썼다. 지난달 19일 취임 후 처음 열린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김 대표는 “민생 문제 해결에 당·정부·대통령실이 원팀이 돼 팀워크를 잘 살려야 한다”며 “여당이 중심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 이후 보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당·정 협의회 5회 ▶민·당·정 간담회 2회 ▶당·정 간담회 1회 ▶청년 당·정·대 간담회 1회 등 모두 10차례 당과 정부가 머리를 맞댔다. 당 정책국 관계자는 “수시로 만나는 비공개 모임까지 더하면 훨씬 많다”며 “이전 지도부에 비해 당·정 대화가 훨씬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김기현 신임 당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며 웃음짓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김기현 신임 당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며 웃음짓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도 김 대표에게 적극 힘을 싣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법률안과 예산안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이라도 모두 긴밀한 당·정 협의로 정책 입안 단계부터 국민 여론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인사는 “윤 대통령은 김기현 체제 출범 후 비로소 마음 편히 국정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가시적 성과도 나타났다. 첫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김 대표가 ‘1000원 학식’ 제도를 확대 실시하자고 정부에 제안하자 열흘 후 정부가 1000원 학식 지원 대상을 연 69만명에서 150만명으로 확 늘린 게 대표적이다. 또한 민생 안정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던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연기한 것도 김 대표의 결단에 따른 결과였다. 당내에선 이러한 정책 주도에 대해 “건전한 당·정 관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식당 천원의 아침밥 현장을 찾아 학생 등과 식사 및 대화를 하기 위해 외부인 식권을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식당 천원의 아침밥 현장을 찾아 학생 등과 식사 및 대화를 하기 위해 외부인 식권을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건 무거운 과제로 꼽힌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전후로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강조했지만 지도부가 전원 친윤계로 채워진 데 이어 당직 인선조차 사실상 친윤이 싹쓸이하자 당 안팎에선 “연포탕이 아닌 용산탕”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지나친 당·정 일체는 새 지도부 등장 후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하락하는 역(逆)컨벤션 현상으로 이어졌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리얼미터·미디어트리뷴 3월 5주차(3월 27일~31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7.1%로 전당대회 직전인 3월 1주차(2월27일~3월3일)의 44.3%에 비해 7.2%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0.7%에서 47.1%로 6.4%포인트 올랐다.

지지율 추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여권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김 대표가 총선 필승을 위한 핵심 승부처로 꼽은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의 하락폭이 특히 컸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45.7%에서 35.7%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10.0% 포인트) 하락을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20대(41.3%→30.4%)의 하락 폭(10.9% 포인트)이 가장 컸다. 이념 성향별로는 중도층(40.9%→32.6%)의 이탈이 가장 많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러한 당세 위축은 김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특히 최근 김재원·조수진 최고위원이 설화 논란에 잇따라 휩싸였는데도 조기 대응에 실패하자 “김 대표가 강단 있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게다가 첫 시험대였던 4·5 재·보궐선거조차 참패를 기록하자 결국 김 대표는 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시각 이후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언행에 대해 당 대표의 권한을 엄격하게 행사하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김 대표는 총체적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현행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30명 이상 줄이는 혁신안을 조기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당내에선 “아직 김기현 체제를 평가하긴 이르다”는 목소리도 크다. 당 고위 관계자는 “우리 당에 정상 지도부가 들어선 것 자체가 오랜만”이라며“시스템을 바로잡는 일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실 관계자도 “지금은 기반을 닦아나가는 중”이라며 “앞으로 김기현 체제의 성과가 나타나면 지지율은 반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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