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선박매매·임대 복덕방 역할 하죠"|해운중개인 조경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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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가 집이나 땅을 사거나 팔 때, 또는 전세를 들 때는 보통 공인중개사나 부동산 중개인을 찾게 마련이다.
이들을 통해야 원하는 부동산을 적정한 가격에 빠르고 쉽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 대해서도 매매나 임대를 알선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해운 중개인들이다.
부동산중개와 성격이 비슷하게 배를 사고 파는 일과 일정기간 빌려주는 임대를 중개해 주고 또 배만 갖고 있는 선주와 운반해야 할 화물을 갖고 있는 화주들을 연결시켜 주는 일도 한다.
그러나 배는 부동산과 달라서 워낙 덩치가 크고 전세계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데다 해운업의 호·불황에 따라 배 값도 큰 폭으로 오르내리기 때문에 세계 해운시장에 대한 정보수집능력과 해운경기의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감각이 해운중개업의 필수요건이다.
(주)태크마린의 대표이사 조경훈씨(44)는 지난 82년부터 해운중개업을 해 온 베테랑.
69년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범양상선과 흥아 해운 등에서 선박구입 및 임대업무를 12년간 담당하다 아예 자립의 길을 찾았다.
현행 해운업법 제34조에 따르면 해운중개업을 하기 위해서는 해운 항만청에 법인형태로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등록업체는 38개 사로 미등록업체 30여군 데를 합치면 전국적으로 해운중개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줄잡아 1백 명선.
『해운 중개업은 많은 국내외의 선주나 외국 중개업자들과의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집니다.』
따라서 이들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조씨의 설명이다.
더구나 유럽이나 미국과는 시차가 있어 남들이 깊은 잠에 빠지는 새벽에 일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해운중개업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매매·임대하려는 배에 대한 정보교환이 필수적이므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태크마린의 경우 텔렉스·팩시밀리를 이용한 통신비가 한달 평균 5백 만원 이상 들어가 전체 매출액의 10%이상을 차지한다.
중개수수료는 원칙적으로 매매일 경우는 배 값의 1%, 임대일 경우는 임대가격의 1·25%로 돼 있으나 배의 규모나 임대기간에 따라 약간의 융통성은 있다.
『오랜 시간을 통해 실무자들과 합의가 됐더라도 최종결정은 경영자가 하기 때문에 실제로 한 건을 해결하는데 1년 반이 걸린 적도 있습니다』
조씨는 지금까지 국제거래만 취급해 봤으나 앞으로는 국내간 거래도 시도할 계획이다.
아직 시설에 재투자할게 많아 수입은 월급제로 하고 있다는 서씨의 한달 봉급은 1백50만원선.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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