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하반기부터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칩의 주문량 증가에 힘입어 최고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동안 실적 하락세를 보이다가 7월 이후부터는 3㎚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반전할 것이란 예측이다.
4일 중국 반도체 전문지 신즈쉰은 “TSMC는 상반기 매출은 재고 조정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해 5~9% 감소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재고 조정이 종료되며 분기당 매출이 200억 달러(약 26조2100억원)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TSMC는 지난해 12월 3㎚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 이보다 더 기술이 진보한 3㎚ 2세대 공정은 올해 4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상반기에 재고를 모두 소진한 고객사들이 하반기부터는 최신 공정의 3㎚ 제품군을 주문하면서 수요와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해외 정보기술(IT) 매체 등에서 TSMC가 애플의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스 A17바이오닉을 생산하는 데 있어 낮은 수율과 목표 대비 낮은 성능을 보인다며 “TSMC가 3㎚ 공정 도입에 고전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신즈쉰은 “내년은 TSMC에게 3㎚ 공정 개선의 원년이 될 것이다. 연간 매출과 이익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TSMC는 현재 개발 중인 2㎚ 공정이 안정적으로 양산되기까지 향후 몇 년 동안은 3㎚ 제품군이 수요를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 매체는 “주요 고객인 애플과 인텔, AMD, 엔비디아, 퀄컴, 미디어텍, 브로드컴 등이 스마트폰·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차·고성능 컴퓨팅 등 4대 주요 플랫폼에 들어갈 3㎚ 칩을 내년에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TSMC와 삼성전자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2㎚ 공정을 개발 중이다.
한편 TSMC는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주문 감소로 가동률 하락과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TSMC의 지난 2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1.1% 감소한 53억5267만 달러(약 6조9500억원)를 기록했다. 1월 매출 65억6566만 달러(약 8조6000억원)와 비교해 18.4% 줄었다. 주요 고객사들이 올해 1분기 주문을 일제히 줄인 영향이다. 주문이 급감하며 공장 가동률도 3㎚ 공정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업계에 따르면 TSMC의 평균 라인 가동률은 60~70%선이며 일부 라인은 40%선까지 떨어졌다.
3㎚ 공정에 기대를 거는 건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 공정에 GAA(게이트어라운드) 기술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이런 기술 경쟁력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지난달 27일 한국공학한림원 포럼에서 “지난해 개발해 양산 중인 3㎚ MBCFET(멀티브릿지패널FET)로 기술 리더십을 다시 가져올 것”이라며 “생산량 측면에서도 괄목할 정도로 역량을 키워 고객에게 맞는 사업을 펼쳐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3㎚ GAA 2세대 양산이 시작되며 대형 모바일 고객사도 확보했다”며 “수주 규모를 점점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58.5%, 삼성전자가 15.8%로 나타났다. 두 회사 간 점유율 격차는 42.7%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