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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뭘 사과하나...4.3 유족들, 내 발언 취지 이해했나 궁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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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4.3사건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고 주장해 불거진 논란의 여파가 수일 째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물론 제주도민이나 유족 등도 태 최고위원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태 최고위원은 “어떤 점을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사실상 사과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태 최고위원은 3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은 제주 4.3사건 75주년 되는 해로, 남북 분단 상황이나 좌우 이념 충돌 과정에서 당시 남조선노동당(남로당)과는 전혀 관계가 없던 무고한 도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것에 대해 넋을 기리고 명예를 회복해 드리고 아픔을 치유해드려야 한다. 그것을 위해 나도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태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내가 특정인들에 대해 조롱이나 폄훼를 한 일도 없다”며 사과 요구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어 “사과를 해야 한다면 뭘 사과해야 하는지가 규명돼야 한다”며 “4.3사건이 일어난 전후 맥락을 보면, 소련 공산당에서 ‘5월 10일 대한민국에서의 단독 선거를 무조건 파탄시키라’는 지시를 했고 이걸 받아서 김일성이 평양에 있던 남로당 박헌영에게 전달했고, 정말 5.10 단독 선거를 파탄시키기 위한 남로당의 활동이 있었다. 여기에 따라 제주도(남로)당도 그러한 결정을 내린 거고, 이런 역사의 진실을 부인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신의 발언으로 여론이 악화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 대해선 “유족이나 피해자 단체가 내 발언의 취지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앞으로 그분들과 이야기해서 발언의 취지와 전후 맥락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릴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신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한 것에 대해선 “나보고 이야기를 하자고 말한 적도 없고 진위도 가리지 않고 바로 윤리위에 제소했더라”라면서 “이런 걸 왜 정쟁화를 하고 있는지”라고 비판했다.

다만 “국가권력이 4.3사건 진압을 과도하게 하면서 이념과 무관한 수많은 제주도민이 억울하고 안타깝게 희생됐다. 그런 점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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