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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렴 전 비서실장 "박대통령 모심기는 쇼 아닌 종일 민생 겪은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터뷰 상편에서 계속]

이코노미스트 -부동산 때문에 나라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수급으로 풀어야 하는데, 세금을 때리는 방법을 쓴 것이 문제였죠. '(집값이) 왜 올라가나'라는 수요 공급 측면에 주목했어야 합니다. 좋은 동네에 살고 싶은 욕구를 살폈다면, 공급 관계를 생각했어야죠. 또 5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을 금리정책을 통해 관리했어야 합니다. 한국은행의 독립적인 판단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동안 금리정책이 너무 경직돼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적절히 탄력적으로 조정했어야 했는데…. 경기가 좋지 않고, 세계가 저금리 기조이니까 그냥 간편하게 저금리에 의존해 왔던 것 같습니다. 금리를 적절히 올렸어야 했다고 봅니다."

이 대목에서 김정렴 전 실장은 손수 적은 메모지를 꺼내들며,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 그는 "IT나 BT(바이오 테크놀로지), 나노산업만이 우리의 활로인가?"라고 물으며 "지금 잘하고 있는 분야를 더 육성하고, 특히 부품.소재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의 질이 국가 운명 좌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IT, BT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가 먹고사는 분야, 즉 전자.제철.조선.자동차 등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고, 판로가 있는 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이 분야는 국제적인 위치를 굳힌 만큼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부품.소재 산업을 키워야 합니다.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엄선해 대학이나 국책연구원과 연결시켜 맞춤형 육성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백 곳을 육성하자는 것은 아니고, 몇 십 개 정도만 중점 지원하면 독일.스위스.스웨덴.일본을 쫓아갈 수 있는 부품.소재 기업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기업 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그것보다 먼저 '부의 상속'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재벌들이 부의 상속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서 국민의 존경을 받으면, 반기업 정서는 자연스럽게 모두 없어질 것입니다. 국민이 기업인을 존경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기업을 꾸려야죠. 국제기준에 맞는 회계방식을 도입해 분식회계 같은 것을 근절해 가면 됩니다. 그러면 국민이 기업의 편이 되고,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죠."

김 전 실장은 "교육제도 역시 선진국 수준으로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 내용뿐 아니라 교사의 질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의 질은 국가 운명을 좌우한다"며 "일본 엘리트들은 도쿄대를 가지 미국 유학을 안 가는데 우리나라의 조기 유학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지난 8월 1990년 출판됐던 회고록을 수정.증보해 펴냈다. 그는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자료가 많이 없어져 무려 7년을 준비해서 쓴 책"이라며 "특히 종합행정을 다루는 지방공무원들이 꼭 참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왜 아직까지 '박정희 대통령'이 살아있다고 보십니까?

"한 예를 들어줄게요. 박 대통령이 공장을 방문해 한 여공에게 물었습니다. 소원이 뭐냐? 그랬더니 공부를 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러면 대통령은 바로 야간 중고등학교를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분은 늘 공장을 찾고, 교육 현장을 찾았어요. 농촌을 찾아 맨발로 모심는 것도 반짝 쇼를 한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막걸리 먹어가면서 한 분입니다. 그곳에서 국민의 얘기를 직접 들었습니다. 그 시절엔 조국 근대화와 민족 중흥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댐을 세우고, 고속도로를 만들어 국민에게 보여줬습니다. 현 정부 사람들이 양극화 얘기를 하는데, 우리나라 역사상 그때만큼 도농격차가 줄어든 때가 없었죠. 과오도 있고, 복지에 신경을 덜 쓴 것은 저도 반성하고 있지만, 120위 최빈국을 선진국 문턱까지 끌어올린 유능한 대통령인 것은 분명합니다. 말만 하는 지금 대통령과는 다르죠."

김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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