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이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곤 했는데….”
19일 오전 인천 주안동 한 주택 앞에서 만난 주민 김모(61)씨는 눈물을 글썽였다. 며칠 전까지 세 자녀의 손을 잡고 주택 앞 골목을 오가던 40대 여성 A씨를 떠올리면서였다. 연년생 자매와 막내 아들을 키워온 A씨는 전날 오전 자택 안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작은 방에선 그의 남편 김모(40)씨가 피를 흘린채 쓰러져 있었다. 경찰은 합동 감식 후 “남편이 부인과 세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선택을 한 것 같다”고 판단했다. 주민들에게 단란한 가정으로 기억되던 다섯 일가족의 삶은 그렇게 비극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작업치료사였던 김씨와 간호사였던 A씨는 병원에서 만나 결혼했다고 한다. 첫째 딸을 낳은 뒤 2017년쯤 현재 자택으로 이사했고 뒤이어 둘째 딸과 아들이 태어났다. 주민 김모(60대)씨는 “부부의 부모들이 자주 집을 찾아 아이들을 돌봤다. 키우는 강아지 2마리와 함께 노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며 “부부가 아이들을 위해 주택도 개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단란했던 A씨의 가정에 변화가 생긴 건 1년 전쯤이라는 게 이웃들의 증언이다. 종종 들리던 개 짖는 소리가 자취를 감췄고, 비어있던 자택 2층엔 찜질방이 들어섰다. 남편 김씨가 세를 놓았다고 한다. 친척들의 발걸음도 뜸해졌다. 주민 정모(61)씨는 “지난해쯤 집에서 낙엽 태우는 문제로 김씨가 옆집하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싸웠다”며 “평소 이웃과 교류가 적던 김씨가 화를 내는 모습에 놀랐다”고 전했다.
최근엔 자택을 부동산에 내놓았다. 주민 B씨는 “김씨가 작업치료사로 병원 두어곳에서 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로 부업을 했는데 실패로 돌아가면서 빚을 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집을 팔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자주 부동산을 찾아 “왜 집이 나가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김씨 가족은 수급자, 차상위, 아동방임 신고 등은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씨 등에 대한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채무 관계를 비롯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씨의 정신병력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동거친족 간에 일어난 살인 범죄는 총 859건이다. 박기환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경찰 수사기록을 분석한 ‘국내 살해 후 자살 현황과 특성’ 논문에 따르면 2013~2017년 242명이 동반자(배우자나 동거인) 또는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 선택을 했다. 동반자(113명)를 살해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자녀(82명), 가족(47명)이 그 뒤를 이었다. 가족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사유는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