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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엔 의무대출, M&A도 못하는 저축銀…“규제부터 풀어야”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은행권의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저축은행을 제1금융권인 지방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현재 저축은행의 발을 묶고 있는 규제가 유지된다면 정부가 기대하는 금융시장 구조 개편은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 입구.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 입구. 연합뉴스

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신규 은행 인가를 늘리는 방안 중 하나로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논의 초반부터 장벽에 부딪혔다. 저축은행의 영역 확장을 막고 있는 각종 규제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이미 전국을 6개 구역으로 나눠서 각 지역 내 가계·기업에 의무적으로 40%(수도권은 50%) 이상 대출을 공급해야 하는 규제를 받고 있다. 영업구역 내의 대출이 줄어들면 다른 지역 고객의 신규 대출 신청을 더 받지 못하는 구조다. 앞서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방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의무대출 비율을 40%에서 30%로 낮추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은 상태다.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도 규제를 받고 있다. 현재는 영업구역이 다른 저축은행끼리는 합병을 할 수 없고, 한 대주주가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갖지 못한다. 이 규제를 완화하면 저축은행이 M&A를 통해 영업을 확장하고 경쟁력을 키우면서 지방에도 유력 금융회사가 생길 수 있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서울의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비대면 영업이 늘어 겉에서 보기엔 인터넷 전문 은행과 다른 점이 없는데 저축은행은 여러 규제에 붙잡혀 있다”며 “스스로 지방은행이 되기보다는 M&A를 통해 영업구역을 확대하려는 유인이 더 크다”고 전했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금보험료율도 저축은행에 부담이다. 예금보험료는 예금보험공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보험료를 받아두고, 금융기관이 부실로 고객의 예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됐을 때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시중은행의 예금보험료율은 0.08%, 보험사는 0.15%인 것과 달리 저축은행은 0.4%로 높은 편이다. 업계는 0.3% 수준의 보험료율이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양한 규제 개선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과거 저축은행의 과당 경쟁으로 부실 사태가 벌어지는 등의 선례가 있어서 자금 건전성과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등 금융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저축은행이 다양한 고객에게 예수금을 확보하고 대출 상품을 취급할 기회가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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