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15년 전엔 국민 절반 이상이 부모는 자식이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5명 중 1명만이 자식에게 부양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30대 여성 중 결혼·출산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여성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7월 7865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제17차 한국복지패널 조사에서 ‘부모 부양의 책임이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21.4%가 동의했다. 이에 비해 반대한다(41.9%)와 매우 반대한다(7.3%)는 동의 의견에 두 배가 넘는 49.2%에 달했다.
앞서 2007년 조사에선 ‘부모를 모실 책임이 자녀에게 있다’는 의견에 찬성한 비율이 52.6%로 반대 응답 24.3%보다 오히려 두 배 이상 높았다. 반대가 높아지는 역전이 발생한 건 2013년부터로 동의(35.5%)가 반대(36.0%)보다 처음으로 낮아졌다.
한편 결혼·출산에 대한 젊은 여성들의 인식도 변화가 두드러졌다.
26일 사회복지연구에 게재된 ‘청년층의 삶의 질과 사회의 질에 대한 인식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만 20~34세 미혼 남녀 281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는데 동의한 여성은 4.0%였다. 또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 여성은 53.2%에 달했다.
이는 남성들이 생각하는 결혼·출산의 중요성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남성 응답자들의 경우 12.9%가 여성에게 결혼·출산이 필수라고 느꼈고 61.3%가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여성 스스로는 결혼과 출산이 선택의 문제라고 보지만 남성은 두 요소가 여성의 삶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 것이다.
조사를 수행한 박정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혼과 출산은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동시에 사회 공동체의 맥락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행위”라며 “결혼·출산 감소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체’로서의 사회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