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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무역적자 낳은 ‘마이너스 금리’ 고수할까…우에다 입에 쏠린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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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우에다 가즈오

우에다 가즈오

경제 대국 일본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고, 명목 국내총생산(GDP) 세계 3위 자리는 독일의 추격에 바짝 쫓기는 중이다.

20일 일본 재무성 등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1월 무역수지는 3조4966억엔(약 33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1979년 이후 월 단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적자다. 일본 무역수지는 1월까지 18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왔다.

일본의 무역적자 규모가 불어난 원인은 한국과 비슷하다. 세계적으로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수입액이 많이 늘어난 탓이 크다. 원유 수입 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1% 뛰었다. 일본의 지난달 수입은 10조478억엔(약 96조45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8% 늘었다. 반면에 수출액은 1년 전보다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계적 불황에, 특히 중국의 수요 감소가 직격탄이 됐다.

명목 GDP 성장이 부진한 점도 일본의 경제 대국 자리를 위태롭게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환율 기준으로 일본의 명목 GDP는 4조2300억 달러(약 5500조원)다. 명목 GDP 4위인 독일(4조600억)보다 1700억 달러 앞선다. 일본과 독일의 명목 GDP 격차는 2020년 1조1500억 달러였지만, 2021년에는 6700억 달러로 좁혀졌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닛케이는 “세계 경제에서 일본의 위상이 삐걱거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일본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10.1%였으나 2021년에는 5.2%에 그쳤다. 일본은 1968년 서독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 대국 자리에 오른 뒤, 42년 만인 2010년 중국에 밀려 3위로 내려왔다.

일본은 유례없는 ‘엔저(엔화 가치 하락)’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고수해 다른 통화 대비 엔화 가치 하락세가 두드러져 수입액이 크게 늘어났다는 분석에서다.

관심은 우에다 가즈오(사진) 신임 BOJ 총재 내정자에게 쏠린다. 관건은 ‘아베노믹스’의 상징인 대규모 금융완화를 지속할지 여부다. 시장에서는 우에다가 일본 초(超)완화적 통화정책의 ‘점진적 수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엔저와 물가 상승, 기록적인 무역적자 등에서 벗어날 ‘출구 전략’을 찾기 위해서다.

우에다 내정자는 지난 10일 “현재 경기와 물가로 볼 때 일본은행 정책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에는 성급한 금리 인상을 경고하면서도 “어느 시점엔가 (BOJ의) 전례 없는 금융완화 정책을 재검토하고 출구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닛케이에 썼다. 시장은 우에다 내정자가 24일 청문회에서 어떤 견해를 드러낼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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