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대형은행 합병 올 두 번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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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본에서 올 들어 두번째 대형 은행합병이 이뤄졌다.
일본도시은행(우리의 시중은행) 중 자금량(예금잔고+양도성예금) 10위인 협화은행과 11위인 기옥은행이 내년4월1일을 기해 대등한 조건으로 합병, 협화기옥은행을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합병회사는 자금량 면에서 일본내 8위(약24조엔),국내점포수로는 지난4월 역시 합병으로 탄생한 태양신호삼정은행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수도권내 점포수로는 도은 최대.
일본에서 도은간의 합법은 지난 71년의 제일과 일본권업 합병(합병 후 제일권업은행), 73년의 태양과 신호합병(태양신호은행), 90년 4월의 삼정과 태양신호합병(태양신호삼정은행)에 이어 전후 네 번째.
협화와 기옥은 그 동안 일본의 대형은행들로부터 상당한 합병 유혹을 받아왔는데 개인고객이나 중소기업상대의 이른바 소매금융에 치중하고 있는 비슷한 성격의 두 은행이 합쳐 흡수합병을 피해 대형화를 이루면서도 현재의 영업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한셈.
협화은행은 5년 전부터 도은으로는 최초로 이익률이 높은 소매금융업무 쪽으로 전환, 양적 확대보다는 이익률을 높이는데 주력해왔고 기옥도 동경의 베드타운화가 진행중인 기옥현 을 중심으로 역시 소매금융에 강점을 보여왔다.
다른 대형은행 등이 대기업상대의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과다한 규모확대경쟁과 주식·채권투자 손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에 비해 이들 은행은 규모는 작아도 수익력이 높은 소액금융에 치중, 독자영역을 넓혀왔다.
이에 따라 협화의 자기자본 비중은 9월말 현재 8·3%로 도은 중 가장 높고 기옥도 7· 8%로 상위권.
협화와 기옥의 합병은 세계적인 거대은행을 목표로 탄생한 태양신호삼정은과는 전혀 달리 동경을 중심으로 한 제일의 지역은행을 목표로 하고있다.
이에 따라 수익성 회복을 위해 소매금융 쪽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고있는 다른 대형 도은과 지방 중소금융기관과도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특히 지방은행과 신용금고 등은 이들의 합병으로 체력 싸움에서 더욱 힘이 부칠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번 합병이 지방중소금융기관의 대동단결과 합병을 촉진하는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여겨져 일본금융산업은 또 다른 재편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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