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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금·단소 대나무 아닌 자단|황병기 교수 북한서 받은 개량국악기 국립국악원에 기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서울 전통음악연주단을 이끌고 평양의 범민족 통일음악회(10월18∼23일)에 다녀온 황병기 교수(이대)가 북한에서 기증 받은 개량 국악기들을 국립국악원에 기증키로 함으로써 국악기 개량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황교수가 24일 국악 당 소극장에서 「범민족통일음악회 공연내용 및 북한 전통음악현황」을 주제로 강연하기에 앞서 기증할 북한의 개량국악기는 장새납·단소·가야금·대금 등 4점.
전통음악의 특징 및 「요즘 인민의 음악심성」을 맑고 밝으며 부드럽고 고운 음색으로 보는 북한이 이 같은 원칙에 따라 태평소(새납)를 개량한 것이 장새납이다. 독주·중주·합주용으로 쓰이는 장새납은 태평소보다 음량이 적어진 대신 부드럽고 음역이 넓어져 표현력이 풍부해졌다.
대금은 구멍을 5개에서 15개로 늘리고 서양식 금속키를 달아 음역을 크게 넓혔으며 서양의 7음계를 자유로이 연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종래의 대나무 대신 자 단으로 만들었으며 청 공을 없애 대금의 독특한 멋으로 꼽히는 「쐑 소리 (청 소리)」를 없앤 것이 특징.
단소도 대나무가 아닌 자 단으로 만들고(또는 박달나무로도 만듦) 역시 금속 키를 달았다.
가야금은 12줄에서 21줄로 늘리고, 명주실 대신 금속 줄에 실을 감았으며, 부드줄을 없애고 줄을 조율할 수 있는 못들을 박았다. 이 부분은 뚜껑으로 덮어 연주할 때는 보이지 않도록 했다. 또 2개의 다리를 덧붙여 의자에 앉은 채 연주할 수 있도록 개량했는데 전통가야금보다 음량이 더 크고 밝아졌으나 구수한 맛이 없어져 산조의 제멋을 살리기는 어렵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64년이래 소극적으로나마 국악기개량사업이 진행되다가 국립국악원에 국악 이론·작곡·연주·지휘자 및 물리학자 등으로 구성된 국악기개량위원회가 생긴 것 은 지난 85년. 그후5년 동안 가야금을 21줄로 늘리고(북한의 개량가야금과는 다름), 향 비 파·당비파·월금 등 구한말까지만 사용됐던 비파류를 복원했으며, 양금은 14줄에서 24줄로 늘려 음역을 넓혔다. 또 태평소는 고음·중음·저음용으로 분리하고, 나발에는 키를 달아 음역을 넓혔으며 나각은 중음과 저음으로 나눴다. 또 용고·좌고·대고·무고 등 타악기에는 음 조절 장치를 다는 등 13종류 45점의 국악기를 나름대로 개량하는 성과를 올렸다.
전통국악기의 개량은 ▲무대화 및 대형화하는 국악연주공간의 변화에 따라 음량을 키우고(야외공연 위주의 타악기는 실내공연에도 맞도록 음량을 줄이고) ▲창작곡 활성화에 따른 다양한 연주기법을 개발하며 ▲국악 대중화를 위해 국악기의 규격화와 대량제작·보급이 절실하다는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 그러나 국악기 본래의 음색과 멋을 보존하면서 음역과 음량을 확대해야 하는 난관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한 채 국립국악원의 「국악기개량 5개년 사업」은 89년으로 일단 마무리되어 현재 주춤해있는 상태다. 국립국악원의 윤이근 연구사는 『앞으로 국악기는 연주자들 스스로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량해갈 것이고 국악원은 전통음악의 기본음을 설정하는 작업부터 마무리지어 국악기 제작 및 국악창작에 도움을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악기 개량을 개인차원에서 진행시킬 경우 재정과 시간 등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배려가 따라야 한다는 것이 국악인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북한은 전통국악기를 기본자료 정도로만 보존하고 개량국악기로 완전히 새로운 「민족음악」을 연주하는데 비해, 남한은 전통국악기로 전통국악을 연주하고 개량국악기는 창작국악연주에 쓰도록 병행하는 것이 기본적 차이점이이라는 황교수는 『국악기개량과 함께 새로워진 국악기의 특성과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국악창작이 활발해져야 국악기 개량의 의미와 효과도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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