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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억제" 빈말 아니다…美, 동해 훈련 아닌 서해 택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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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미가 올해 첫 연합공중훈련 장소로 서해를 택했다. 보통 해상·공중 연합훈련이 동해에서 벌어진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강조한 확장억제 공약의 실행력을 실제 보여준 것으로 중국을 향한 메시지도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공군이 지난 1일 서해 상공에서 우리 측 F-35A 전투기와 미측의 B-1B 전략폭격기 및 F-22, F-35B 전투기로 연합공중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국방부

한미 공군이 지난 1일 서해 상공에서 우리 측 F-35A 전투기와 미측의 B-1B 전략폭격기 및 F-22, F-35B 전투기로 연합공중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국방부

확장억제 ‘빈말’ 아니라는 듯…미 전략자산 훈련

국방부는 2일 전날(1일) 한미 공군이 전략자산을 동원해 연합훈련을 실시한 사실을 공개했다. 한국 측 F-35A 전투기와 미측 F-22·F-35B 전투기는 물론 B-1B 전략폭격기까지 동원됐다.

지난달 31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강조한 확장억제 실행력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즉각 증명한 것으로 보인다. 확장억제는 북한 위협에 대응해 유사시 미국이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공약이다. 이번 훈련에 참여한 전투기들은 모두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어 탐지 능력이 열약한 북한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 되는 전략자산이다.

한미 공군이 지난 1일 미 전략자산 전개 하에 2023년 첫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국방부가 2일 밝혔다.   훈련에는 우리 측 F-35A 전투기와 미국 측 B-1B 전략폭격기 및 F-22·F-35B 전투기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서해 상공에서 시행됐다. 사진은 한미연합 훈련하는 미국 B-1B 전략폭격기. 국방부

한미 공군이 지난 1일 미 전략자산 전개 하에 2023년 첫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국방부가 2일 밝혔다. 훈련에는 우리 측 F-35A 전투기와 미국 측 B-1B 전략폭격기 및 F-22·F-35B 전투기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서해 상공에서 시행됐다. 사진은 한미연합 훈련하는 미국 B-1B 전략폭격기. 국방부

이번 회담에서 오스틴 장관은 “지난해 한·미 훈련에 F-22·F-35 등 5세대 전투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참가했다”며 “앞으로 이러한 것들이 더 많이 전개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도 이번 훈련을 두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강력하고 신뢰성 있는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난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한 대로 '적시적이고 조율된 전략자산 전개'를 적극적으로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훈련 장소 서해로 정하고 공개 ‘이례적’

눈여겨볼 대목은 한·미가 이번 훈련 장소로 서해를 골랐고, 이점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한·미는 연합훈련을 주로 동해나 제주 남쪽에서 벌여왔다. 서해에서 연합훈련은 과거에도 필요에 따라 드물게 실시됐지만 이럴 경우 대부분 군 당국은 장소를 명시하지 않은 채 훈련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북한 포병 사격 등 도발이 한창이던 시기 B-1B가 서해에서 훈련을 벌였을 때 역시 장소는 비공개였다.

이들 전략자산이 서해로 향한 배경에 대해선 중국을 압박하는 의도로 보는 의견이 많다. 북한 7차 핵실험 등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을 움직이게 만들어 북한을 억제한다는 의미다.

실제 미국은 이미 이런 의도를 드러낸 적이 있다.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최악 행동(도발)을 그만두려 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게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북한이 그 길을 계속 간다면 역내에서 미국의 군사ㆍ안보적 현시(military and security presence)를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다”라고도 했다.

서해에서 미 군사적 존재감…중국 움직여낼까

중국이 대북억제에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군사적 존재감을 더욱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서해 연합훈련으로 이 같은 시범을 보인 셈이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함(9만7천t)가 2011년 9월 29일 낮 부산에 입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함(9만7천t)가 2011년 9월 29일 낮 부산에 입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에 미 전략자산이 등장할 때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이 일어나자 미국은 여러 차례핵추진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함을 서해에 내보낼 뜻을 내비쳤다. 중국은 미 군사력의 상징인 항공모함이 서해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건 중국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결과적으로 조지워싱턴함은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전 직후 서해로 들어왔다.

과거 중국 대북 규탄 동참한 사례도

미 항공모함이 서해에 들어올 조짐을 보이는 사이 중국을 움직이는 성과가 있었다. 같은 해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천안함 의장성명에 중국이 부정적 입장을 밝히다 결국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 전략자산의 이번 훈련은 서해 동창리 위성발사장 움직임, 서해에서 실전 훈련 등 군사적 목적이 우선 큰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중국을 방문하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나서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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