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류태형의 음악회 가는 길

‘윤이상 지우기’ 유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류태형
류태형 기자 중앙일보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통영국제음악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악 축제다. 작곡가 윤이상의 고향임을 내세워 시작돼 지난해 20주년을 맞았다. 경상남도가 주최하고 통영국제음악재단이 주관하는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도 올해 20주년을 맞는다. 임윤찬(피아노)·한재민(첼로) 등 젊은 클래식 스타 탄생의 장이 됐다.

통영국제음악제는 문화예술위원회가 평가한 공연예술제 3개년 종합평가에서 최고 A등급을 받았다. 2020년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연간 5억5000만원씩 국비 지원을 받았고, 올해부터는 3년간 매년 6억원씩 지원받는다. 예술위는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충실한 계획과 실행을 통해 예술성과 공공성 두 가지 목표를 충실히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경남 통영이 배출한 한국의 대표적 음악가 윤이상. [사진 윤이상평화재단]

경남 통영이 배출한 한국의 대표적 음악가 윤이상. [사진 윤이상평화재단]

윤이상 콩쿠르 역시 2006년 국내 최초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 가입 승인을 획득하며 입상자에게 병역특례를 주는 주요 콩쿠르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에는 축제와 콩쿠르의 무대인 통영국제음악당이 개관했다. 음반 녹음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손꼽힌다. 2015년 통영은 국내 첫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지정됐다.

2010년 통영 도천동 윤이상 생가터에 윤이상기념공원을 꾸미려 했었다. 당시 정부기관의 명칭 사용에 대한 부정적 의견으로 ‘도천테마기념관’으로 개관했다. 전시 유물은 베를린의 윤이상 자택에서 가져와 조성한 것으로 사실상 ‘윤이상기념관’이었다.

윤이상 이름을 되찾은 건 2017년이었다. 통영시의회는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도천테마기념관을 윤이상기념관으로 바꾸는 조례를 개정했다. 이듬해 윤이상 묘소를 베를린시의 양해를 얻어 통영으로 이장했다. 2020년 11월에는 ‘윤이상음악마을만들기’ 도시재생 사업이 선정돼 총사업비 140여억원을 확보했다.

그런데 최근 통영에서 ‘윤이상 지우기’가 논란이다. 작년 10월 말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개막 때 극우단체 회원들이 관련 예산 삭감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고, 통영시에 윤이상 명칭 제거와 관련 사업 중지를 요구했다. 지난 12월에는 통영시의회 배도수 의원이 ‘윤이상기념관’ 명칭을 ‘도천음악공원’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논란이 있는 음악인이 많다. 푸르트벵글러나 카라얀이 나치 부역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그들의 음악은 전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다. 윤이상 지우기 주장은 김원웅 전 광복회장이 애국가 교체를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다분히 진영 논리에 따른 것이다. 통영국제음악제와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발전하는 데 윤이상 이름 석 자가 큰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을 대표 음악도시 통영에서 윤이상을 다시 삭제하겠다는 건 비상식적이고 반문화적 처사다. 무엇보다 염치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