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서봉수 완벽한 승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16강전 하이라이트>
○ . 서 봉 수 9단 ● . 천야오예 5단

박자가 척척 맞는 날이 있다. 난관에 봉착한 듯싶어도 쉽게 풀리고 사활에 걸려도 절묘하게 사는 수가 있다.

장면도=백△가 정곡을 찔렀고 천야오예(陳耀燁) 5단은 가슴 깊이 통증을 느낀다. 시간에 쫓겨 183을 두는데 서봉수 9단의 184가 적시타. 이득이랄 것은 없지만 뒷맛을 개운하게 하는 동시에 계산도 쉽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절박한 와중에도 천야오예는 185로 끊어 한 가닥 노림수를 만든다. 187로 연결하기 전에 꺼져가는 재 속에 최후의 불씨를 숨긴다.

188로 하변을 연결하자 189 밀어 흑의 노림이 본색을 드러냈다. 189는 A로 두 점 잡는 수와 함께 좌변 백대마를 엿보는 수. 중앙 두 점이 잡혀도 백이 약간 남는 국면이지만 종반이 피곤해질 수 있다. 여기서 양쪽을 다 해결하는 묘책은 없을까.

190으로 젖히는 수가 아하! 하고 감탄사를 터뜨리게 하는 묘책이었다. 박영훈 9단이 이 장면을 보며 "박자가 척척 맞는데요"하며 웃는다. 191이 불가피할 때 192의 삶. 이것으로 흑승은 확정됐으나 천야오예는 노장에게 진다는 것이 너무 믿기 어려웠던지 계속 버티다가 결국 착수를 포기한 채 '시간패'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참고도=백1로 중앙 두 점을 살리는 것은 최하책으로 흑2~6까지 대마가 몰살당하고 만다. 어이없는 역전패란 이런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