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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양보로 「유럽전쟁」제거/유럽 군축조약 의미와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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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역별 보유무기 제한 불시에 현장 검증/소군 정예화 우려속 아시아도 파급 기대
역사상 가장 중요한 군축조약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번 유럽배치재래식무기감축(CFE)조약은 소련을 비롯한 동서 유럽의 어느쪽도 상대편에 대해 「대규모 기습공격」을 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유럽에서의 전쟁가능성을 사실상 제거했다는데 큰 역사적 의미를 인정받고 있다.
이 조약은 우선 감축대상이 되는 재래식 무기를 전차·장갑차·대포·전투기·전투용 헬기 등 다섯가지로 정하고,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바르샤바조약기구 양 진영의 무기별 보유한도를 규정하고 있다.
무기의 특정지역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이 조약은 또 대서양에서 우랄산맥까지 이 조약이 효력을 미치는 대륙을 4개 지역으로 나눠 지역별로 다시 보유한도를 정해놓고 있다. 감축대상 지역은 과거 냉전체제하에서 동서 대결의 최전선을 담당하던 독일·폴란드·체코·헝가리 등 중부 유럽을 핵심지역으로 하고 있다. 이 지역의 경우 양 진영 각각 전차 7천5백대,대포 5천문,장갑차 1만1천5백대 등을 최고 보유한도로 하고 있다.
이밖에 중간지역(영국,프랑스,이탈리아,소련의 발트3국·백러시아·키예프지역) 배후지역 (스페인,포르투갈,소련의 모스크바·볼가지역) 측면지역(노르웨이,그리이스,루마니아,터키,소련의 레닌그라드·코카서스·오데사지역)의 보유한도가 각각 정해져 있다.
이 조약은 또 어느 한 나라가 지나치게 많은 양의 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양 진영 전체 보유무기 합계의 3분의1 이상을 한 나라가 갖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소련을 겨냥해 마련된 이 규정에 따라 소련은 현재 약 3만7천대인 전차수를 1만3천1백50대로 줄이는등 우랄산맥 서편에 배치된 재래식무기의 약 3분의2를 감축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조약에는 국별로 정해진 감축쿼타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두가지 검증방법이 규정돼 있다. 첫째 하나는 기존 검증방식대로 국별로 사전에 정해진 군사시설을 대상으로 이행여부를 확인하는 방법.
또 하나는 조약국간의 상호무차별 임의 검증을 허용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검증」이라고 불리고 있다.
의심스러운 군사시설이 있을 경우 조약국중 어느나라건 그 해당국에 현장확인을 요구할 수 있는 데 병력 1천명 이하의 대대급 군부대에 대해서까지 검사를 요구할 수 있다. 이번 조약에 따라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22개 회원국은 앞으로 40개월내에 여러가지 방법으로 전력을 감축하게 된다.
감축방법으로는 파기해 고철로 만들거나 민간용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권장되고 있으나 조약의 효력권 밖으로 이동하거나 제3국에 수출하는 것도 허용되고 있다.
특히 막대한 양의 전차와 대포·장갑차 등을 감축해야 하는 소련의 경우 조약권밖인 우랄산맥 동편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에 주로 의존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번 조약의 기본정신을 반감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소련은 이번 조약에 대비,이미 2만대의 전차를 우랄산맥 동쪽으로 옮겼는데 그중 8천대가 소련 극동군이 보유한 낡은 전차를 신형으로 교체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조약은 소련측의 대폭적인 양보 없이는 사실상 성립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작년 3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처음 협상이 시작됐을 당시 이처럼 중요한 조약이 단 20개월만에 체결될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사이 동구의 급격한 변화와 독일통일의 급진전,바르샤바조약기구의 사실상 해체 등이 소련측의 과감한 양보를 얻어내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양 진영의 재래식무기 보유한도를 적은 쪽에 일치시킨 결과 거의 일방적으로 소련측만 대폭 보유량을 줄이게 되는 「비대칭적 삭감원칙」을 소련이 받아들인 것이 큰 양보라는 지적이다.
재래식 무기에 이어 양 진영의 병력수 감축을 논의하기 위한 제2유럽배치 재래식전력 감축(CFEⅡ)협상은 오는 26일부터 빈에서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당초 미국과 소련은 이번 조약에 유럽주둔 양국 병력수의 최고한도도 포함시킬 계획으로 지난 2월 19만5천명의 한도에 합의까지 했으나 그 이후 독일통일과 소련군 철수 등으로 합의 자체가 무의미해져 이번 조약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병력수와 관련해서는 다만 통일독일의 총병력 한도를 37만명으로 한다는 내용만 들어가 있다.
CFE 타결은 동아시아 및 태평양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소련의 병력감축은 병력의 소수정예화를 의미하는 것이며 적지않은 유럽병력이 우랄산맥 동편으로 이동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다. 그러나 다른 견해는 유럽무기 감축 분위기가 아시아쪽으로 옮겨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제시한다. CFEⅡ와 아울러 지역적 영향까지를 포함한 CFCE의 발전향방이 주시된다.<파리=배명복특파원>
◇무기별 보유한도와 현 보유전력 비교
보유한도 나토전력 바르샤바조약기구전력
전 차 20,000 23,600 52,600
대 포 20,000 17,700 41,800
장 갑 차 30,000 34,025 73,997
전 투 기 6,000 5,700 12,280
전투용헬기 2,000 2,235 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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