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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빼라" 민원 폭주에 '가짜주소'까지…중국발 입국자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하면서 실무를 담당하는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10일 만에 지자체 관리 대상 1만 명 ↑

1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11일) 중국발 입국자 1861명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은 단기 체류 외국인은 302명(16.2%)으로 집계됐다. 다수를 차지하는 1559명(83.7%)은 거주지 관할 보건소에서 검사받는 장기체류 외국인이나 내국인이라는 얘기다.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고강도 방역 조치가 시행된 지난 2일부터 살펴보면 누적 입국자 1만3007명 가운데 단기 체류자(2852명·22%)보다 장기 체류자·내국인(1만155명·78%)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조치 시행 열흘 만에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지자체로 흘러간 셈이다.

9일 오전 서울 용산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단기체류 해외 입국자 PCR검사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9일 오전 서울 용산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단기체류 해외 입국자 PCR검사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이들에 대한 검사·관리를 담당하는 지자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중국발 장기 체류 외국인과 내국인은 입국 1일 이내 거주지 관할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중국인 주민이 많은 서울 A구의 보건소 관계자는 “질병관리청 시스템을 통해 중국발 입국자가 확인되면 안내 전화를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밀집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구로구는 안내 업무를 위해 추가 인력 2명을 더 뽑은 상태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단원 보건소는 관내 거주 외국인 중 중국인 비율이 높은 시 특성을 고려해 한동안 멈췄던 선별진료소 주말 운영을 지난 7일부터 시작했다. “최대한 많은 중국발 입국자가 검사를 받게 하기 위해서”(안산시 관계자)다. 서울 B구 보건소 측은 “대부분 안내에 잘 따라주지만, 가끔 언어 문제가 있어 주변 가족에 연락하거나 다자 통화를 활용해 의사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방역 당국에 주소나 연락처를 가짜로 낸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달 2~4일 사흘간 중국서 입국한 3566명 가운데 29명이 12일까지 PCR 검사를 받지 않았다. 29명 중 장기체류 외국인이 20명이었고 나머지 9명은 내국인(한국인)이었다. 중대본 관계자는 “미검사자 대부분은 연락처나 주소가 정확하지 않아 보건소로부터 검사 통지 등 안내를 받지 못한 사람들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PCR 검사를 고의로 피한 사실이 밝혀지면 검역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허위 연락처를 적은 이들이 ‘방역 구멍’으로 떠오르면서 일부 지자체 측은 “연락이 안 되면 행방불명 공문을 보내 협조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대본 측은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현재 관계부처·지자체와 협력해 미검사자의 연락처·주소와 같은 개인 식별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격리시설 빼달라” 민원에 업무 마비 

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 지난에서 도착한 입국자들이 PCR 검사센터로 들어가는 모습. 뉴시스

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 지난에서 도착한 입국자들이 PCR 검사센터로 들어가는 모습. 뉴시스

중국발 단기 체류자를 관리하는 인천시는 일이 몰려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인천공항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중국발 단기 체류 외국인은 공항 인근 임시재택격리시설(호텔)로 이동해 7일간 격리된다. 인천시에 따르면 이들은 격리시설 위치에 따라 인천 중구 내 확진자로 잡히면서 격리부터 해제까지 모든 관리는 중구가 담당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일이 폭증하면서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인력 파견을 요청했고 2명을 받았지만 그래도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어에 서툰 단기 체류자 특성상 통역자도 새로 배정했다.

격리 시설이 지역 내 있다고 알려지면서 관련 민원도 빗발치고 있다. “격리 시설을 옮겨달라” “변이 바이러스가 무서운데 격리 시설을 빼달라”와 같은 민원 전화가 쏟아진다는 게 인천 중구청 설명이다. 지난 3일 격리를 피해 도망간 중국인이 나온 뒤엔 지역 불안감도 커졌다고 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업무에 차질이 생길만큼 민원 전화가 많이 들어와서 번화가에 있는 한 호텔은 격리 시설에서 빼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보건소는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있는데 중국발 입국자 관리로 부담이 커졌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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