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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원화 가치 7개월 만에 1240원대…“환율, 금리가 관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원화 값이 달러당 1240원대에 진입했다. 하루 새 25.1원 뛰었다(환율은 하락). 지난해 추락을 거듭했던 원화 가치가 올해 들어 빠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연내 끝나면 원화 가치가 안정을 찾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밑바탕에 깔렸다. 다만 곧 결정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향방에 따라 원화 값이 계속 출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9일 달러당 원화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25.1원 오른 1243.5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 가격이 1240원대에서 마감한 건 지난해 6월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이날 원화 가치 상승 폭은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컸다.

이날 원화 값이 크게 오른 건 미국의 임금 상승률 둔화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달러 등 안전자산 대신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일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2월 미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4.6%로 예상치(5%)를 하회했다. 인플레이션(고물가) 둔화 가능성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도 느려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달러 가치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Fed의 금리 인상 우려가 부각되며 미 국채 금리 상승이 달러화 가치 반등을 견인했지만, 미국의 12월 고용지표 발표와 함께 반전됐다”며 “예상을 밑돈 임금 상승률이 2월 Fed의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의 전환 기대감을 강화했다”고 진단했다.

코스피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동반 순매수에 2.63% 상승하며 2350.19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7개월여 만에 1240원대에서 마감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모습. 연합뉴스

코스피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동반 순매수에 2.63% 상승하며 2350.19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7개월여 만에 1240원대에서 마감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모습. 연합뉴스

이날 원화 가치가 1240원대로 상승했지만,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1300원대까지 하락(환율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당장의 원화 가치 상승이 계속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국내 주요 기관도 올해 연평균 달러당 원화 가치가 1300원대로 현재보다는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연평균 환율이 1360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산업연구원은 연평균 1320원, 하나금융연구소는 하반기 134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3분기 환율이 급등한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이 때문에 국내에서 급격하게 자본이 유출됐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는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않으면 환율 불안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특히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를 연 5%(현재 4.25~4.5%)로 올릴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한·미 기준금리 차이인 1.25%포인트보다 더 커지면 달러가 빠져나갈 압력이 더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이 환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금 이동을 관리하고,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한다. 현재 연 3.2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한편 이날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2300선을, 코스닥지수는 700선을 회복했다. 코스피는 2.63% 상승한 2350.19에, 코스닥도 1.78% 상승한 701.21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 노동부 발표를 계기로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덕분으로 해석된다.  올해 상장사 실적 전망치가 악화하고 있지만 주가엔 이미 선반영됐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이날 증시에는 외국인(6584억원)과 기관(7409억원)이 적극적인 '사자'에 나섰다. 이들은 특히 반도체 업종을 집중 매수했다. 삼성전자는 2.88% 상승한 6만7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른바 '6만전자'에 복귀했다. SK하이닉스도 3.49% 올랐고, LG에너지솔루션(4.50%), LG화학(5.05%) 등 2차전지주도 모처럼 급등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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