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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 없다"→"尹, 합참 실망"…무인기가 몰고 온 인적쇄신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 고심하는 듯한 모습으로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무인기의 P-73침범 사실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 고심하는 듯한 모습으로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무인기의 P-73침범 사실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국방부의 행태에 대한 대통령의 실망감이 아주 크다. 특히 합참은 말할 것도 없다.”

북한 무인기 사태와 관련해 6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실망감은 무인기의 비행경로에 대한 국방부의 설명 번복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의 파장이 군 당국에 대한 인적 쇄신으로 번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낙탄과 실사격 오류, 전투기 추락 등 납득하기 어려운 군 당국의 행보가 무인기뿐만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군 당국은 지난달 26일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의 행적과 관련해 “대통령 경호구역을 위해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관련 의혹을 제기한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선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군비태세점검결과 북한 무인기 1대가 P-73 북쪽을 스쳐 간 사실이 지난 3일 확인됐고, “전 국민에게 알리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4일)에 따라 5일 무인기의 P-73침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됐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장진영 기자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인적 쇄신’ 가능성에 대해 “오로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그렇지만 강하게 부인하지도 않았다. 이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괜한 소문(개각설)에 흔들리지 말라. 그런 일은 없으니까 새해 업무 준비에 집중하라”고 개각설을 일축했을 때의 분위기와 대비된다. 당시 복수의 대통령실 참모는 “정치권에서 개각설을 흘려 정부를 흔들려는 행위에 윤 대통령이 굉장히 불쾌해한다. 개각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인적 쇄신 가능성에는 “정말 물음표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다만 안보 라인에선 “이번 사태로 군 수뇌부가 교체되는 건 북한이 바라는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는 “문재인 정부 5년간 북한과의 대화지상주의에 매몰돼 군이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며 “훈련의 정상화를 시작해 이미 군의 인적·구조 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책 마련이 우선이고 인적 쇄신은 그 후의 문제 아니겠냐”며 “북한의 두려워하는 다양한 도발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가운데)이 5일 오후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진지를 찾아 관계자로부터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가운데)이 5일 오후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진지를 찾아 관계자로부터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무인기의 P-73침범을 주장했던 김병주 의원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거두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의 레이더 정밀 검증을 거쳐 나온 항적을 김 의원이 먼저 파악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언론 브리핑에서 “국방부도 합참도 모르는 그런 정보를 어디에서 입수하셨는지 자료의 출처의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인기 대응 업무에 관여했던 한 전직 장성은 “지금은 야당 의원을 탓하기보단 군 전열을 가다듬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군 당국도 여러 가능성을 배제치 말고 섣부른 발표나 판단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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